
지난 주말의 일과 관련해 나온 보도는 외국인의 Fable 사용 금지가 미국 시민을 포함한 모두의 접근을 막으려는 조치였다고 전한다. 수출 통제가 가장 손쉬운 수단이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모델 규제가 정교해지면 특정 대상을 겨냥한 제한도 늘어날 수 있다.
피터 가리카노(Pieter Garicano)와 동료 사이먼 그림(Simon Grimm)은 유럽이 보호주의와 산업 정책으로 이런 위험에 대응하기보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두 사람의 의견이다.
유럽은 미국 기술에 의존하면 안 되는가?
두 사람은 미국이 모델을 통제하는 정도가 소비자·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통제하는 것보다 크지 않다고 본다. 지난 20년 동안 구글은 유럽에서 큰돈을 벌었지만, 유럽 소비자와 기업도 지도, 드라이브, 지메일, 유튜브, 검색을 이용했다. AI의 경제적 영향은 훨씬 클 수 있지만,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성격은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역사적으로 경제가 따라잡는 과정은 외국 기술을 거부하기보다 수입하고 도입하는 데 기대 왔다고 가리카노와 그림은 말한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은 20세기 대부분을 수입 대체 정책에 쏟았지만, 싱가포르, 대만, 한국은 세계 제조업에 편입되며 부유해졌다. 중국도 수십 년 동안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미국 기술에 의존한다고 영구적인 종속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유일한 기술이거나 앤스로픽이 유일한 회사일 이유는 없다. 초인적 지능이 플라스마 물리학의 진전을 돕더라도, 그 다음에는 핵융합 발전소를 짓는 회사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런 회사는 미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나올 수 있다.
오히려 미국 모델을 많이 사용하는 유럽 고객을 잃을 경우 미국 기업이 치를 비용이 커지면, 기술 접근을 제한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들어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으로의 칩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로비하는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고 두 사람은 본다.
유럽 자체 모델은 따라잡을 수 있는가?
유럽 모델을 지지하는 이들은 유럽의 독자 개발이 메타보다 효과적일지 자문해야 한다고 가리카노와 그림은 주장한다. 메타는 올해 칩에 1,25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인데, 이는 독일의 국방비 1,140억 달러보다 많다. 메타는 최고의 연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1억 달러가 넘는 연봉을 제시하고도 선두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도 좋은 AI 모델을 만들려 했지만 실패했다.
유럽 정부는 2005년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프로젝트인 Quaero를 통해 구글에 맞설 검색 서비스를 만들려 했다. 양국 간 이견 뒤 독일은 Theseus를 분리해 출범시켰다. Quaero와 Theseus는 모두 2013년까지 중단됐다.
두 사람은 더 나은 모델을 직접 써보면 성능 차이를 작게 여기기 어렵다고 말한다. 더 나은 모델을 경험한 뒤에는 이전에 유용하게 느껴졌던 작업에서도 Opus 4.8을 쓰기가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새 모델은 이전 모델이 해내지 못한 일도 한다. 에르되시 문제는 GPT-4에 프롬프트를 아무리 넣어도 풀 수 없었다.
성능 차이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삶의 보상이 선형적으로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두 사람은 주장한다. 기업 간 경쟁, 구직, 금융 거래, 법률 업무에서는 성과가 조금만 나아져도 보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역량에 따른 보상이 크게 쏠리는 세계에서는 후발 주자가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미스트랄이 올해 초 공개한 매출은 현재 앤스로픽 매출의 1%에도 못 미친다. 유럽의 독자 AI 사업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동안 따라잡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고 유럽 기술을 우선 구매하는 법이 해법은 아니라고 두 사람은 본다. ‘유럽 제품 구매’가 더 나쁜 모델, 보안 취약점, 덜 유용한 답변을 받아들이는 뜻이라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모델 성능 격차는 계속 벌어질까?
이 주장은 더 뛰어난 모델을 보유한 회사가 그 모델과 수익을 내부에 활용해 경쟁사와 격차를 더 벌리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두 사람은 현재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듯하다고 말한다. 지난 1년 동안 구글 딥마인드와 앤스로픽·오픈AI 사이의 격차가 커졌다. 이처럼 성능 향상에 따른 수익이 누적되는 세계에서는 유럽 기업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기업도 선두를 따라잡기 어렵다.
다만 성능 향상이 계속 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구글은 수백만 개의 칩을 앤스로픽에 판매하고 있다. 그 칩을 딥마인드에 주는 대신 앤스로픽에 파는 까닭은, 앤스로픽이 칩값을 지불하려는 의지가 구글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는 앤스로픽이 가까운 시일 안에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구글이 보는 것보다 앤스로픽 자신이 더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두 사람은 설명한다. 만약 진전 속도가 둔화한다면 유럽 기업을 포함한 다른 업체들도 따라잡을 수 있다.
유럽에서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가리카노와 그림은 지난 두 달 동안 여러 유럽 데이터센터 운영자와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보조금 없이는 유럽에서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짓기 어렵다고 답했다. 높은 전기료와 인구 밀도가 그 원인 중 일부다. 이런 문제가 덜한 스칸디나비아와 이베리아에서는 민간 사업자가 더 작은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유럽에 가장 큰 데이터센터를 세우려 하지 않는 이유로는 정치적 위험도 꼽힌다. 기업들은 투자를 마친 뒤 유럽연합이 저작권 규칙을 바꾸거나 벌금을 부과하고, 세금을 통해 이익을 과도하게 거둬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주의 국가가 그 정도로 경제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할 것 같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독일 자동차·화학 산업처럼 중요한 산업을 파괴하는 일도 유럽 정부가 용인해 왔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훼손된 신뢰를 어떻게 다시 쌓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모델 접근을 둘러싸고 대서양 양안이 대치하더라도 유럽연합 차원의 협력에서 얻는 이익은 조정 비용보다 작을 수 있다. 회원국 중에는 이해관계가 충돌해 압력에 굴복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해 유럽 내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 이런 국가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면 유럽 전체의 협상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주장이다.
따라서 유럽 각국 지도자는 자국의 이익에서 AI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세금, 인허가, 에너지처럼 중요한 요소를 통제하는 주체는 회원국이다. 네덜란드는 ASML의 확장을 늦추는 계획 규제를 완화할 수 있고, 독일은 원자력 발전을 재개해 전기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개별 국가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보다 자국의 미래를 더 많이 통제할 수 있다.
원문은 Fable 접근 제한에 관한 보도의 구체적인 근거나, 유럽 데이터센터 인터뷰에 참여한 운영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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