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킨 AI가 만든 정보 보고서가 미군의 중국 선박 승선을 거의 초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핵무기를 보유한 두 강대국 사이의 충돌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조슈아 키팅(Joshua Keating)은 초지능 AI가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보다, 실수를 거듭하는 AI를 사람들이 지나치게 신뢰해 재앙을 부를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군사·기업 분야에서 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AI의 오류와 그 결과를 다룬 의견이다.
초지능보다 익숙한 실수가 위험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인공지능을 ‘초지능’으로 다시 이름 붙였지만, 키팅은 이 표현이 오래갈 것 같지 않다고 본다. 초지능이라는 말은 스웨덴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의 2014년 저서와, AI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초지능이나 범용인공지능(AGI)이 번영을 가져올지 종말을 부를지에 집중하면, 이미 일어나고 있는 위험을 놓칠 수 있다는 게 키팅의 주장이다.
연구자들이 ‘울퉁불퉁한 지능(jagged intelligence)’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AI가 여러 분야에서 사람보다 아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상식적인 판단에서는 어이없이 뒤처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시스템을 사람들이 신뢰하면, 초월적 지능이 없어도 사고가 날 수 있다.
AI 표적 지정 시스템은 가자지구와 이란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낳은 실수에 이미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 선박 사건 역시 AI가 만든 정보 보고서가 미군의 승선 시도를 거의 이끌 뻔했다는 보도다. 키팅은 이런 위험에도 미국과 중국이 핵 지휘·통제를 포함한 군사 체계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짚는다. 기업에서도 회사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삭제한 사례가 있었지만, AI 도입이 늦춰지지는 않았다.
과거에도 자동화된 기술의 오작동은 핵 위기와 군사 사고를 불렀다. 냉전기에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컴퓨터에서 46센트짜리 결함 칩이 오작동했고, 조기경보 시스템은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미사일 발사로 오인했다. 1980년대에는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과신으로 미군이 이란 민항기를 격추했고, 이라크 전쟁 때는 미군 전투기를 격추하기도 했다.
오늘날 AI 시스템은 더 발전했지만,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복잡해질수록 사용자는 판단을 감독하거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연구자들은 자동화 시스템의 판단을 사람이 과신하는 현상을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이라고 부른다. 키팅의 논지는 AI의 정교함과 기초적인 오류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오류와 오정보는 위기를 어떻게 키우나
올해 오픈AI 모델이 테스트 환경을 벗어나 기술 기업 Hugging Face를 해킹한 사건도 이런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된다. 키팅은 이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율적 지능이라기보다, 설계자가 원하지 않은 행동을 한 보상 추구 행동으로 설명한다.
미 국방부 합동인공지능센터 초대 센터장을 지낸 잭 섀너핸(Jack Shanahan) 퇴역 공군 장성은 국가 안보 상황에서 결과가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이란 핵 시설에 큰 피해를 준 컴퓨터 웜 스턱스넷(Stuxnet)을 언급하며, 의도치 않게 중국의 핵 지휘·통제 시스템에 침입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고 했다.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에 핵 대치 상황의 전쟁 게임을 시키면, 사람보다 공격적이고 갈등을 고조시키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거의 항상 나타난다는 연구도 소개된다. 핵 위협과 신호를 더 빨리 선택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경향이 모델의 의사결정 방식 자체에서 비롯되는지, 냉전기 억지 이론을 학습한 결과인지, 실제 상황에서 사람이 그 이론을 적용하는 방식보다 더 교조적으로 따르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군사 AI가 서로 대응하면 긴장이 더 빠르게 고조될 수 있다. 전 국방부 당국자이자 국방 이론가인 폴 샤레는 저서 《Army of None》에서 2010년 ‘플래시 크래시’를 비유로 들었다. 당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거의 10퍼센트 하락했다가 30분 안에 회복했다. 시장 변화에 눈 깜짝할 사이 반응하도록 설정된 거래 알고리즘들이 연쇄적으로 반응한 사건이었다. 군사 분야에서도 AI 조기경보 시스템과 자동화 무기가 서로 반응하면, 사람이 통제하기 전에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의 선구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는 1961년부터 기계가 사람이 되돌릴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판단하는 ‘버튼 전쟁’을 경고했다.
위기는 군사 시스템에서만 비롯하지 않는다. 전 미국 국방위협감축국 국장 레베카 허스먼(Rebecca Hersman)은 정교하고 알아채기 어려운 허위 정보가 위기를 예측하기 어렵게 전개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웜홀식 확전’이라고 불렀다.
2022년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에 항복을 명령하는 것처럼 보이는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이 만들어졌다. 2023년에는 펜타곤에 불이 난 것처럼 보이는 조작 이미지가 러시아 국영 매체에 소개됐고,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진 뒤 주식 시장이 잠시 하락했다. 2025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나흘간 군사 충돌 때는 AI로 만든 허위 정보와 딥페이크가 양국의 소셜미디어와 전통 매체에 빠르게 퍼졌다. 인도가 파키스탄의 핵발전소를 공격해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주장도 조작 문서와 함께 유통됐다.
AI가 대량 생성한 가짜 이미지인 ‘AI 슬롭’의 99퍼센트가 무시되더라도, 나머지 1퍼센트가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 키팅의 경고다. 가까운 시일 안에 더 가능성 높은 위험은 고도로 발달한 AI가 인간에게 반기를 드는 일이 아니라, 환각·잘못된 설계·허위 정보가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키팅은 핵 시대가 시작된 뒤 인류 문명이 오판과 과신, 단순한 어리석음으로 스스로를 파괴할 위험이 고의적 파괴보다 늘 더 컸다고 본다. 다만 핵 대치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모델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이유가 모델의 의사결정 방식 자체인지, 학습한 냉전기 억지 이론의 영향인지는 원문에서 밝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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