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도로에는 약 5억 대의 커넥티드카가 운행 중이며, 2035년까지 그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사들이 이르면 2030년부터 4G LTE망을 폐쇄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돼, 다음 10년에는 이 차량 상당수가 통신망에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
커넥티드카 보급 현황을 추적한 최근 연구는 2022년 3G망 종료로 수백만 대의 자동차에서 커넥티드 기능이 사라진 일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3G 종료와 비슷한 일이 머지않아 다시 벌어질 수 있지만, 이번에는 영향을 받는 자동차와 커넥티드 서비스, 소비자가 훨씬 많을 것이다.
현대 자동차 상당수는 진단, 위치 추적, 원격 서비스, 인포테인먼트 기능 등을 위해 어느 정도 네트워크 연결에 의존한다. 기계 기능은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식이지만, 소프트웨어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의존하는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없으면 쓸모없어질 수 있다.
Omdia의 IoT 수석 애널리스트 John Canali는 보도자료에서 자동차 업계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 나아가고 AI 정의 차량도 모색하면서 eSIM과 지상·비지상 통신망(TN/NTN) 같은 기반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5G 도입은 더디며,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2030년부터 LTE를 폐쇄하기 시작하면 연결에 의존하는 차량이 이용 가능한 네트워크에 접속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30년은 먼 미래처럼 보이지만 제품 개발 일정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2030년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 불가피한 통신망 전환을 고려한다면, 전환 시점에 영향을 받는 차량 수를 줄일 수도 있다.
자동차 제조사와 인프라 기업이 협력해 4G 차량과 서비스가 다음 10년에도 계속 작동하도록 별도의 ‘레거시 네트워크’를 마련할 수 있을까? 그런 대책이 없다면 지난 10여 년 사이에 만들어진 중고차는 기능을 상당 부분 잃고, 사용이 불편해지며, 되팔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4G 모뎀이 장착된 자동차는 5G 전용 네트워크에 물리적으로 연결할 수 없으며, 펌웨어로 4G 무전기를 5G 무전기로 바꿀 수도 없다. 네트워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하드웨어는 뒤처지게 된다.
자동차의 미래가 오래된 ‘오프라인’ 자동차를 몰거나 새 차를 리스하는 양극단으로 향하는 것 같다. 물론 몇 세대의 무선 통신 규격이 더 나올 때까지 사회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는 전제에서다. 여기서 ‘오래된’ 차란 기화기가 달린 차를 뜻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던, 트랙션 컨트롤이 막 보급되던 무렵, 즉 2000년 전후의 차를 말한다. 2008년 아날로그망 종료 때 이미 서비스가 중단된 초기 OnStar 차량은 예외다. 내 생각에는 그 시절이야말로 자동차의 전성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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