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 레이나르(Jeff Reynar) · 2026년 8월 11일
고객 이메일이 도착하면 내용을 복사해 채팅 창에 붙여 넣고, 전에 썼던 것과 비슷한 지시를 입력한다. “일정에 동의하되 시작일은 15일로 미루는 친근한 답장을 써줘”라고 요청하면 그럴듯한 답이 돌아온다. 이를 다시 메일에 붙여 넣고 문장을 고친 뒤 보낸다.
레이나르는 사람들이 접하는 가장 발전된 소프트웨어도 문장을 입력하고 결과를 읽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 상호작용은 1981년 DOS 프롬프트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AI 채팅은 명령어 대신 자연어를 쓰지만, 요청을 입력하고 결과를 확인한 뒤 다시 다듬는 흐름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범용성은 넓지만 반복 작업에는 느리다
명령줄은 시스템이 이해하는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인다. 채팅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더 많은 요청을 받는다. 레이나르는 새로운 도구가 사람들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아직 불분명할 때, 텍스트 상자가 범용성을 제공하는 합리적인 출발점이라고 본다.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미리 정해 둔 버튼과 메뉴를 제공해야 하므로, 사용자가 할 일을 사전에 예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범용 인터페이스의 한계가 드러난다. 이메일 보관을 매번 AI에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버튼을 누르거나 단축키를 쓰는 편이 빠르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층을 말하거나 입력하는 대신 버튼을 누른다. 레이나르는 익숙하고 반복되는 작업에서는 원하는 동작을 설명하는 것보다 가리키거나 누르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동차 터치스크린에 모든 조작 기능을 넣었다가 물리 버튼이 돌아오는 현상도 같은 긴장을 보여주는 사례로 든다. Euro NCAP은 2026년부터 차량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를 평가하며, 자주 쓰는 기능에 물리 버튼이 있는지 살핀다. 메뉴를 찾느라 도로에서 시선을 떼게 된다는 근거에 따른 조치다.
반복해서 입력하는 문장은 자동화의 단서다
레이나르는 비슷한 지시를 채팅 창에 되풀이해 입력한다면, 그 일이 이미 익숙하고 반복되는 작업이라는 신호라고 본다. 매번 다시 입력하는 문장에는 작업의 계기와 조건, 원하는 결과가 순서대로 담겨 있어 사실상 작업 명세에 가깝다. 다만 채팅 창은 도착한 메시지를 보지 못하거나 고객에게 제시한 조건을 알지 못할 수 있고, 스스로 작업을 시작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매번 맥락을 제공하고 나머지 절차를 처리한다는 설명이다.
레이나르는 반복 업무가 드러났다면 그 일을 더 많이 맡을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팅은 처음 해보는 작업이나 적절한 도구가 없는 일에 계속 유용하겠지만, 반복 업무에는 해당 작업에 맞춘 AI 앱이 등장해 버튼이나 메뉴, 키보드 단축키로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DOS 프롬프트에서 매킨토시와 윈도우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넘어가는 데 거의 10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버튼과 목록, 승인 절차, 실행 취소 같은 인터페이스 요소가 이미 갖춰져 있어 전환이 더 빠를 수 있다고 본다. 무엇을 만들지 판단하는 데도 과거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사용자가 AI에 가져오는 검색, 코딩, 여행 계획, 답장 작성 같은 작업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도구에 들어간 AI 기능은 그런 요구에 대응하려는 첫 시도지만, 아직 사용자를 채팅 창에서 끌어낼 만큼 충분히 좋지는 않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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