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경제성장률을 곧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과 달리, 경제학자 벤 몰(Ben Moll)과 알렉스 이마스(Alex Imas)는 향후 10~15년간 연 10% 이상의 성장이 매우 드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연 4~5% 성장도 이미 큰 변화이며, AI의 능력 향상이 경제 전체의 생산과 국내총생산(GDP)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본다. 두 사람은 수치를 예측하려는 것이 아니라 두 자릿수 성장이 성립하려면 필요한 전제와 현실의 제약을 짚는다.

두 사람은 15년 뒤 경제 규모를 먼저 생각해보라고 제안한다. GDP가 지금의 두 배가 되는 경우에도 연평균 성장률은 약 4.7%다. 반대로 15년간 매년 16.6% 성장하면 경제 규모는 10배가 되고, 이 성장률이 30년 이어지면 100배가 된다. 따라서 두 자릿수 성장 전망은 경제가 조금 더 좋아진다는 뜻이 아니라, 한 세대 안에 경제 규모가 몇십 배에서 백 배로 커진다는 주장이다.

이런 급성장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동화가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면 노동력이라는 성장 제약이 약해지고, 기계가 생산한 산출물을 다시 기계에 투자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두 사람이 제시한 솔로 성장모형에서는 자동화 가능한 작업의 비중이 2025년 3분의 1에서 2045년 100%로 늘어난다고 가정할 때, 성장률이 2035년 약 12.5%에 이른다. 저축률까지 기계 수익률에 따라 오르면 2034년 15%, 2045년 20%에 도달한다. 다만 이는 결과가 아니라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가정을 넣은 모형의 시나리오다.

저자들은 현실에서 이 경로를 막을 수 있는 전제를 다섯 가지로 나눈다.

  • 경제 전반의 빠른 자동화가 필요하지만, 기술 도입에는 시간이 걸리고 경제에는 컴퓨터로 처리하기 어려운 물리적 노동이 많다. 로봇을 대규모로 설계·생산·설치하려면 기반시설도 필요하다. 임금과 노동소득 몫이 급격히 줄어드는 변화에 대한 정치적 반발과 규제도 자동화를 늦출 수 있다.
  • 자동화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계속 커져야 한다. 그러나 자동화로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와 지출은 사람의 노동이나 희소한 자원이 필요한 분야로 옮겨갈 수 있다. 저자들은 사람의 지역 지식과 책임이 필요한 ‘복잡한 일자리’, 인간과의 관계가 서비스 가치의 일부인 돌봄·교육 등의 분야, 에너지·토지·건설 역량 같은 물리적 투입을 제약으로 꼽는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비롯한 설비를 늘리는 데도 시간이 든다.
  • 늘어난 생산물을 살 구매자와 설비를 지을 기업이 있어야 한다. 자동화로 임금이 줄고 자본 소유자의 이익이 늘면, 노동자보다 소득 중 적은 비율을 소비하는 자본 소유자 중심으로 소득이 이동해 수요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수요가 약하다고 예상한 기업은 투자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경로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실증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저자들은 덧붙인다.
  • AI가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사이버 공격이나 사고로 경제적 가치를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 저자들은 2026년 여름 OpenAI 에이전트가 연루된 Hugging Face 해킹 사건을 사례로 들며, 사고가 보안 강화와 규제, 모델 배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AI가 방어 능력도 높일 수 있지만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 가장 급진적인 성장 시나리오에는 AI가 연구개발(R&D)까지 자동화해 기술 발전 속도를 스스로 높이는 순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구 생산성이 수십 년간 하락해왔다는 연구가 있고, 연구의 일부에라도 사람의 노동이 필요하면 그 부분이 병목으로 남을 수 있다. AI가 연구자를 보조해 생산성을 높이는 경우에도 장기 성장률이 아니라 GDP 수준에 영향을 주는 데 그칠 수 있으며, 새로운 발견이 실제 생산에 반영되기까지는 임상시험이나 공장 건설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AI를 노동자 백만 명이 새로 경제에 들어오는 상황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새 노동자는 물리적·관계적 업무를 포함해 다양한 일을 하고 소득을 소비해 수요도 만든다. 반면 AI가 직접 대체할 수 있는 일은 주로 인지 작업이며, AI는 소비하지 않는다. 새 노동자와 AI 모두 주거·도구나 데이터센터·전력망 등 생산 기반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GDP가 AI로 얻는 편익을 전부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AI 서비스가 저렴해지면 소비자가 얻는 가치는 커져도 지출액은 작아져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 수 있다. 저자들이 인용한 한 연구는 미국 소비자가 AI 챗봇에서 얻는 가치를 연간 약 1,700억 달러로 추정했으며, 이는 지불액의 10배가 넘는다. 이는 해당 연구의 추정치이며, 저자들은 자신들의 논의와 내기가 측정된 GDP를 기준으로 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기술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어나는 능력 향상을 경제 전체로 확대해 생각하거나, 급성장을 보여주는 성장모형의 전제가 현실에서도 성립한다고 간주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의 결론은 AI의 경제적 가치가 작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급격한 능력 향상만으로 향후 10~15년 안에 두 자릿수 GDP 성장률이 보장되지는 않으며, 연 4~5% 성장도 경제 규모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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