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캡처 · optimallyirratio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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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 페이지(Lionel Page)는 AI가 소비자의 가격·상품 비교와 계약 이해, 기업에 대한 이의 제기를 도와 기업이 소비자의 정보 부족과 관성에서 얻는 이익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기업도 AI를 활용할 수 있으며, 소비자가 모두 AI를 쓸 필요는 없더라도 기업의 관행을 바꿀 만큼 많은 소비자가 이용해야 한다는 전망이다.

2017년 포브스의 테오 밀러(Theo Miller)는 뉴욕타임스 구독을 온라인으로 신청했지만 해지는 고객센터에 전화해야 했다. 그는 해지를 끝내지 못했고, 신용카드를 분실해 카드를 정지한 뒤에야 결제가 멈췄다. 가입은 쉽고 해지는 어려운 이런 구독 구조는 행동경제학에서 ‘슬러지(sludge)’, 즉 기업에 유리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하도록 설계된 마찰의 사례로 불린다. 뉴욕타임스는 이후 해지 정책을 바꿔 온라인 해지를 허용했다.

소비자는 판매자보다 상품 정보를 적게 아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처럼 판매자는 품질을 알지만 구매자는 알기 어려운 시장이 있고, 정비·법률·건축 서비스처럼 구매 뒤에도 품질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품도 있다. 식당처럼 실제로 이용한 뒤에야 품질을 알 수 있는 상품도 있다. 특히 자주 사지 않는 상품은 소비자가 경험을 통해 배우기 어렵다. 정보 격차가 크면 좋은 상품과 나쁜 상품을 가려내기 어려워지고, 품질이 좋은 판매자도 살아남기 힘들 수 있다.

대안을 찾고 다른 업체로 옮기는 데 드는 시간과 수고도 경쟁을 약화시킨다. 경제학자 피터 다이아몬드는 일부 조건에서 작은 검색 비용만으로도 기업이 독점 가격을 매길 수 있음을 보였다. 복잡한 약관과 비교하기 어려운 요금제는 소비자의 판단을 더 어렵게 한다. 구매 마지막 단계에서 처음 알게 된 추가 수수료를 내는 다크 패턴도 소비자가 이미 들인 시간과 노력을 이용한다. 기업은 정보를 약관 속에 묻거나 상품을 비교하기 어렵게 만들어 소비자가 더 나은 업체로 옮기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약관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시간과 주의력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업체 90곳의 방문자 48,154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잠재 구매자 가운데 0.1~0.2%만 라이선스 계약을 1초 이상 열어봤다. 정보가 부족한 것만 문제가 아니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중요한 내용을 찾기 어려워지고, 기업은 덜 중요한 내용 속에 핵심 정보를 감출 유인이 생길 수 있다.

AI는 소비자가 상품을 찾고 비교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행객은 특정 지역에서 평점이 4.5를 넘고 가격이 30달러 미만인 식당을 찾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TV를 살 때는 예산과 후기, 신뢰성, 원하는 기능을 고려해 선택지를 비교해달라고 할 수 있다. Vetted 같은 쇼핑 도우미도 상품·가격·후기를 비교한다. 페이지가 강조하는 점은 특정 도구만이 아니라 ChatGPT나 Claude 같은 범용 AI도 별도 비교 서비스를 찾아 설정하지 않고 이런 검색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Vetted

복잡한 상품의 계약 조건을 이해하는 데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 보험 약관을 읽고 유의할 점을 물어보거나, 두 계약에서 한쪽만 보장하는 주요 위험을 비교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업체 간 협상이 가능한 경우에는 제안서의 차이를 정리하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근거로 다른 업체에 보낼 요청문을 작성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기업과의 분쟁을 제기하는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 소비자는 AI에 계약 조건과 소비자 보호 규정을 살펴 권리를 검토해달라고 하거나, 원하는 조치와 가능한 법적 대응을 담은 항의문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변호사를 고용할 만큼 금액이 크지 않은 분쟁도 AI를 이용하면 추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Pine은 고객을 대신해 기업에 연락하고, 요금을 협상하거나 구독을 해지하고, 결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환불을 요청하는 AI 에이전트를 제공한다. Pine Assistant

메타의 Muse는 사용자를 대신해 웹사이트를 탐색하고 양식을 작성하며 고객 서비스를 처리하고 구매할 수 있다. 오픈AI가 소개한 dots는 자체 클라우드 컴퓨터를 갖추고 연결된 앱에서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할 수 있다. 페이지는 이런 기능이 범용 AI 에이전트에 보편적으로 포함될 가능성도 언급한다. Meta AI OpenAI

기업 역시 AI로 가격을 설계하고 고객을 분석하며 판매 전략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럼에도 페이지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비자도 AI를 쓰면 상품에 정통한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고, 기업이 무지와 혼란, 소비자의 미루는 습관에서 얻는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건축·자동차 판매처럼 소비자가 판매자와 드물게 거래하는 시장이나 보험·금융 계약처럼 상품이 복잡한 시장에서 변화가 특히 두드러질 수 있다.

AI가 모든 소비자 피해 사례를 찾아내야만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AI가 낮은 비용으로 해지 절차를 대신 처리하거나 업체별 실제 가격을 빠르게 비교하면, 해지 과정을 어렵게 만들거나 가격을 복잡하게 제시하는 전략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AI를 직접 쓰지 않는 소비자도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기업의 관행을 바꿀 만큼 충분한 수의 소비자가 AI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페이지는 AI가 시장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힘을 키우고 기업이 소비자의 정보 부족과 혼란, 관성으로 이익을 얻을 여지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는 AI가 기업의 행태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며, 글은 그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고 제시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