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1년 뉴욕과 런던에 전기 발전소가 들어섰고, 공장들은 대형 증기기관을 전기 발전기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 생산성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문제는 발전기 주변의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당시 공장은 중앙 동력원 하나를 중심으로 여러 층에 배치됐고, 벨트와 축이 모든 기계를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공장주는 증기기관을 발전기로 바꾸면서 나머지는 그대로 뒀다.
전기가 가능하게 한 방식에 맞춰 공장을 다시 설계한 뒤에야 생산성이 오르기 시작했다. 작업 흐름에 맞춘 단층 공장에 기계마다 작은 모터를 달았고, 노동자가 기계를 직접 켜고 끌 수 있게 했다. 노동자들은 새로 교육받고 더 많은 책임을 맡았다. 전기가 상용화된 지 약 40년이 지난 1920년대, 미국 제조업 생산성은 연간 5% 넘게 성장했다.[1]
경제학자 폴 데이비드(Paul David)는 1990년 발전기와 컴퓨터를 비교했다.[2] AI도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게 이 글의 주장이다.
몇 주에 한 번씩 기업들이 AI에서 투자 수익을 얻지 못한다는 연구가 발표된다. 경영진은 이를 공유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이사회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맥킨지의 2026년 AI 현황 조사에서 응답자 중 80%는 AI가 생산성을 높였다고 답했다. 그러나 회사 수익에 기여했다고 답한 비율은 37%에 그쳤으며, 이는 전년과 같았다.[3] PwC가 최고경영자 4,4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조사에서는 56%가 AI로 매출 증가도 비용 감소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비용과 매출 모두 개선됐다고 답한 사람은 8명 중 1명뿐이었다.[4]
이 수치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결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패의 원인은 대개 바뀌지 않은 사업 부문에 있다.
기업의 AI 지출을 보면 2025년 특정 팀을 위한 AI 도구 지출 가운데 코딩에 들어간 돈은 40억 달러로, 절반이 넘었다. 멘로 벤처스의 추정치다.[5] 다른 업무 부문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 지출은 엔지니어링 업무 방식을 바꿨다. 엔지니어들은 이제 기능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며, 거의 모든 고객 요청을 전보다 더 빠르고 잘 처리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팀은 기획부터 검토와 테스트까지 업무 절차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반면 제품, 전략, 시장 진출을 담당하는 부문은 어떨까. 글에서 만난 대부분의 마케팅·사업 담당자는 AI를 이메일 작성이나 프레젠테이션 준비처럼 기본적인 용도로 쓴다.
더 큰 문제는 이 부문들이 엔지니어링의 출시 속도가 빨라진 현실에 맞춰 업무를 다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케팅이나 시장 진출 전략을 물어보면 2015년에도 들었을 법한 답이 돌아온다. 엔지니어링은 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역량을 얻었지만, 회사의 나머지 부문은 그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바뀌지 않았다.
PwC 자료에서도 이런 격차가 드러난다. 최고경영자 중 AI를 수요 창출에 크게 활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22%, 제품·서비스·고객 경험에 크게 활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19%였다. 매출과 비용 모두에서 개선을 경험한 기업은 다르다. 이들 중 44%는 제품·서비스·고객 경험에 AI를 적용한다고 답했으며, 다른 기업에서는 그 비율이 17%였다.[4]
결국 한 회사 안에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부문이 생긴다. 한쪽은 AI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바꿨고, 다른 쪽은 글쓰기 도우미를 더했을 뿐이다. 엔지니어링은 발전기를 얻었지만, 나머지 공장은 여전히 벨트로 돌아간다.
기능을 출시한 뒤 이어지는 일
엔지니어링이 AI에 큰 비용을 들여 새 기능을 출시한다고 해도, 그 기능이 엔지니어링 부문을 떠난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 기능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도, 영업 과정에서 소개하는 사람도 없다. 고객 성공팀은 비슷한 기능을 요청했던 고객에게 이를 알리지 않는다. 기존 고객에게 추가 판매를 제안하거나, 새 시장을 열 수 있는지, 가격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 묻는 사람도 없다.
분기 실적이 나오면 매출은 그대로고, 누군가는 적은 수익을 위해 회사가 AI에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지 묻는다. 엔지니어링이 만든 것을 아무도 활용하지 않았으니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게 이 글의 설명이다.
병목이 옮겨갔다
운영 분야에는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있다. 엘리야후 골드랫(Eliyahu Goldratt)의 제약 이론에 따르면 시스템은 가장 느린 단계만큼만 움직이며, 다른 단계를 빠르게 해도 시스템 전체는 달라지지 않는다.[6] 오랫동안 가장 느린 단계는 엔지니어링이었다. AI가 엔지니어링을 빠르게 만들자, 이제 병목은 기능 출시 이후의 모든 과정으로 옮겨갔다.
이는 공장 사례와 같다. 투자는 효과를 냈지만, 나머지 시스템은 그 효과를 활용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AI에서 투자 수익을 얻으려면 엔지니어링이 훨씬 빠르게 출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맞춰 회사의 나머지 부문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 변화는 고객과 소통하는 팀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것은 이들의 일이다. 영업, 제품, 고객 성공팀은 고객이 무엇에 돈을 낼지 파악하고, 그 정보를 엔지니어링에 빠르게 전달하며, 엔지니어링이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게 된 상황에 맞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출시 속도가 빨라지면 더 많은 일을 시도할 수 있다. 영업과 고객 성공팀은 고객 요청을 받아 기능으로 만들고 더 빨리 추가 판매로 연결할 수 있다. 제품과 전략팀은 예전에는 엔지니어링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던 인접 시장을 시험할 수 있다. 마케팅과 제품팀은 더 많은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모든 부서는 엔지니어링이 이미 답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있는 지금 업무 방식을 처음 설계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맥킨지에 따르면 실질적인 수익을 얻는 기업은 기존 업무에 AI를 끼워 넣기보다 AI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업무 흐름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한다.[3]
예상되는 반론
기능을 더 많이 출시한다고 해서 올바른 기능을 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 이 글은 이에 동의하며, 바로 그 점이 핵심이라고 본다. 어떤 기능이 맞는지 결정하려면 고객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필요하다. 영업, 제품, 고객 성공팀에 고객이 무엇에 돈을 낼지 알아낼 전략이 없다면, 엔지니어링은 시간이 남아 무작위로 기능을 만들게 된다. 이는 조직의 문제이므로 조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AI가 작성한 코드 때문에 검토와 테스트 업무가 늘어난다는 지적도 사실이다. 다만 이는 엔지니어링의 문제이며, 엔지니어들은 더 나은 검토와 테스트를 위해 도구를 도입하고 많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엔지니어링 조직이 AI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비용을 쓴다는 점도 인정한다. 이는 실제 비용 문제지만, 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주된 이유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음에 AI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를 공유하기 전에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엔지니어링은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다른 부서는 무엇을 바꿨는가?
자료:
- History News Network, 폴 데이비드와 전기가 경제에 미친 수십 년의 영향
- 폴 A. 데이비드, 「발전기와 컴퓨터: 현대 생산성 역설에 대한 역사적 관점」, American Economic Review 80(2), 1990. 요약
- 맥킨지, 2026년 AI 현황 글로벌 조사
- PwC, 제29차 글로벌 최고경영자 조사, 2026 (PDF)
- 멘로 벤처스, 2025년 기업 생성형 AI 현황
- 엘리야후 M. 골드랫, 《더 골》,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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