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e DeepMind·MIT FutureTech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I를 쓰는 과학자들은 주당 약 7시간을 절약하지만, 거의 절반은 검증하지 못한 가설이 쌓이고 있다고 답했다. 연구를 이끈 구글 선임 연구경제학자 미하이 코드레아누(Mihai Codreanu)는 가설을 만드는 속도보다 실제 실험과 검증을 거쳐 발견으로 이어가는 과정이 과학의 다음 병목이라고 설명했다.

AI in Science: Early Insights는 Gemini 대화 1,500만 건, 전문 모델 2,690개, 미국과 영국 연구자 6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분석했다. 응답자의 44%는 지난 2년간 주된 병목이 연구 과정의 후반부로 이동했다고 답했고, 41%는 검증하지 못한 가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물리적 실험이나 데이터 수집을 제약으로 꼽은 비율은 전체에서 거의 4분의 1이었으며, 물리학과 공학 분야에서는 약 3분의 1에 가까웠다.

AI가 발견을 앞당기는 속도는 가설을 컴퓨터 안에서 시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더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분야도 연산 자원, 대규모 시뮬레이션 비용, 양질의 데이터와 벤치마크에 제약을 받는다. 무엇보다 연구자가 AI의 출력을 확인하는 과정은 분야를 막론하고 남는다. 설문 응답자의 88%는 AI로 절약한 시간의 10% 넘게 결과 검증에 쓴다고 답했고, 거의 절반은 절약 시간의 4분의 1을 넘게 검증에 썼다.

검증 방식은 분야마다 다르다. 수학이나 컴퓨터과학에서는 코드나 증명을 살펴보고, 보건·생명과학에서는 실험실에서 검증한다. 물리 분야에서는 AI의 출력을 확인하는 실험 자체가 후속 병목이 되기도 한다. 코드레아누는 임상 시험과 실험 재현, 전문가의 판단은 과학적 방법의 핵심이므로, 적어도 단기·중기에는 모델이 발전해도 사람이 검증해야 한다고 봤다.

쌓이는 가설 가운데 무엇을 시험할지도 과제다. 코드레아누는 실현 가능성, 새로움, 기대 가치를 기준으로 가설을 평가하는 체계를 AI가 도울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쉽게 시험할 수 있는 가설과 비용·불확실성이 크지만 가치가 높을 수 있는 가설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지는 판단이 필요하며, 인간 과학자와 AI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문에서는 AI가 연구 의제를 넓히고 더 큰 목표를 세우게 한다는 응답이 다수였지만, 약 절반은 AI가 자신의 연구에서 더 안전한 프로젝트를 권한다고 답했다. 코드레아누는 데이터와 검증 기준이 잘 갖춰진 문제를 AI로 더 쉽게 다루게 되면, 위험은 낮지만 점진적인 연구로 쏠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용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 주요 발견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연구 하위 분야의 다양성이 커지는지 줄어드는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했는지 판단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자료와 영향력 있는 결과, 기존과 다른 돌파구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 코드레아누의 견해다. 초기 결과가 다른 연구자에게 유용했는지, 새로운 연구 방향을 열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는 2016년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나온 AlphaGo의 ‘Move 37’을 창의적인 AI의 사례로 들며, 과학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시험할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논의와 AlphaGo 연구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