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삼성전자 직원 전모 씨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CXMT의 전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왕이 한국인 엔지니어들에게 삼성의 기술 정보를 요구하고 압박했다고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CXMT는 중국 정부가 요구한 18나노미터 D램 기술 확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공정 정보와 인력을 확보하려 했다.
전씨는 삼성전자에서 28년간 근무한 뒤 CXMT에서 장비 투자를 담당했다. 그는 왕이 2016년 10~12월 한국인 팀원들을 불러 삼성전자 정보를 넘기라고 요구했고, 거부하면 한국 정부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CXMT 경영진은 삼성전자를 ‘황산’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렀다고 전씨는 증언했다.
왕이 요구한 것으로 지목된 공정 레시피 계획(PRP)은 D램 제조의 약 600개 단계에 관한 순서와 장비, 작동 조건, 제조사·모델명 등을 담은 자료다. 삼성전자는 18나노미터 D램 기술 개발에 1조6천억 원을 투입했고, 2016년 해당 공정의 D램을 처음 상용화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의 전 공정 설계 엔지니어 박모 씨가 같은 해 9월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박씨는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전씨는 중국 정부가 CXMT에 18나노미터 기술을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9월 9일 법정에서 진술했다. CXMT는 2016년 허페이시 정부 산하 투자기관으로부터 144억 위안의 직접 투자를 받아 설립됐다. 회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71억 위안을 기록했다.
전씨는 CXMT가 삼성전자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했고, 일부 한국인 직원은 CXMT가 세운 비료 회사 명의로 합류하거나 다른 중국 도시를 거쳐 허페이에 들어갔다고도 증언했다. 대만 민주주의·사회·신흥기술 연구소의 보고서 역시 CXMT가 현지 중개인을 통해 대만 메모리 업체 엔지니어 수백 명을 영입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삼성의 18나노미터 D램 공정 기술을 불법 유출·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돼 4월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에서 CXMT 경영진의 개입이 인정되면 삼성전자가 향후 국제 분쟁에서 유리한 근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의 설명이다. 다만 왕과 CXMT에 관한 압박·기술 확보 관련 내용은 전씨의 증언에 근거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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