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David)는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닷컴 붕괴 뒤 남은 암흑 광섬유와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데이터센터는 GPU의 빠른 감가상각과 긴 건설 기간, 불확실한 수요 때문에 남는 설비가 광섬유처럼 오래가고 저렴한 기반 시설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암흑 광섬유는 통신 붐 때 설치됐지만 수요가 줄어 사용되지 않던 광섬유다. 이후 통신 수요가 늘면서 새 용도로 쓰였지만, 당시 설비 투자에 나선 기업들은 파산을 겪기도 했다. 데이비드는 AI 데이터센터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
광섬유는 땅속에 묻힌 뒤 수십 년이 지나도 쓸 수 있고, 추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용량을 판매할 수 있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는 건물·전력 연결·냉각 설비는 10년 뒤에도 유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약 60%는 대부분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장착한 랙이다. AI 가격 경쟁과 전력 비용, 세대별 효율 향상 때문에 오래된 랙의 수익성은 선형적으로 떨어지지 않고 빠르게 악화한다는 게 데이비드의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제품 출시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도 광섬유 매설처럼 낮은 추가 비용으로 대량 증설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전력 확보와 인허가, 인력, 변압기, 냉각 장비 등의 제약을 받는다. 데이비드는 2026년 2월 Sightline Climate의 추정치를 인용해, 2024년 이후 발표된 대형 데이터센터와 AI 공장 777곳의 용량은 190GW지만 2026년 가동 예정 용량 16GW 가운데 실제 건설 중인 것은 약 5GW라고 전했다. 약 11GW는 눈에 띄는 공사 진척 없이 발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추정이다.
공급과 수요에 대한 의문
데이비드는 기업들의 재무자료를 토대로 아직 가동되지 않은 GPU가 대량으로 창고에 쌓였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에드 지트론(Ed Zitron)은 오라클의 건설 중 자산과 구글의 가동 전 자산 등을 바탕으로 창고에 있는 GPU·TPU 가치가 약 2,340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이는 2023년 이후 판매된 랙 가치 추정치 5,615억 달러의 약 절반이다. 이 수치는 지트론의 추정이며, 실제 재고를 확인한 수치로 제시된 것은 아니다.
수요도 엔비디아 출하량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고 데이비드는 주장한다. 출하된 칩 중 일부는 데이터센터가 완공되지 않아 가동되지 않고, 지트론은 엔비디아 수요의 80%가 오픈AI와 앤스로픽에서 나온다고 추산했다. 토머스 라이트(Thomas Wright)가 소개한 추정에 따르면 연구소들은 컴퓨팅 자원의 58%를 연구개발에, 32%를 고객 서비스에 쓴다. 데이비드는 이 가정들을 결합해 실제 최종 사용자 수요가 출하량 기반 추정의 약 35%, 즉 3분의 1 수준일 수 있다고 계산한다.
가격과 금융시장도 우려의 근거로 든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첨단 대형언어모델의 토큰 가격은 2023년 말 100만 토큰당 50달러에서 약 6달러로 떨어졌고, 중간 가격은 2024년 중반 이후 1달러 바로 아래에서 대체로 유지됐다. 데이비드는 토큰 사용량이 늘어도 지출은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램프(Ramp) 자료도 언급한다.
금융 사례로는 볼타(Volta)의 50억 달러 대출과 코어위브(CoreWeave)의 채권을 제시한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볼타 대출 가운데 13억 달러는 현금 담보 대출로 은행들이 인수했지만, 37억 달러 규모의 GPU 담보 대출은 은행들이 인수하지 않았다.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무담보 채권은 2026년 10월 14일 액면가의 80센트 아래에서 거래됐고, 수익률은 15%를 넘었다. 데이비드는 이를 GPU와 데이터센터가 향후 부채를 갚을 충분한 가치를 지닐지 시장이 의심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닷컴 붕괴 뒤의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데이비드는 엔비디아의 상황을 닷컴 붕괴 뒤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겪은 일과도 비교한다. 당시 웹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은 Starfire 시스템이 중고시장에 쏟아졌고, 새 시스템 수요가 급감했다. 그는 AI 거품이 꺼지면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고객이 약속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고, GPU와 데이터센터가 헐값에 매각돼 신규 주문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이는 미래 상황에 대한 분석이며 확정된 결과는 아니다.
데이비드는 AI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기반 시설은 재사용될 수 있어도, 급속히 낡는 GPU와 건설 지연으로 창고에 남을 랙은 암흑 광섬유와 다르다고 본다. 따라서 AI 투자 규모나 칩 출하량을 실제 고객 수요와 동일시하지 말고, 장비가 가동 중인지와 그 수요가 고객 매출로 이어지는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글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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