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면 이미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장비 업체는 희소한 용량 덕분에 유리해질 수 있지만, 공급 부족에 막힌 AI 기업과 개발업체는 비용과 수익 압박을 받을 수 있다. Apoll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Torsten Slok)는 투자자에게 지연과 취소를 구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 소유주는 신규 경쟁자가 빠르게 들어오기 어려운 만큼 임대료를 올리고 모든 전력 용량을 채울 수 있다. 전력·부지·칩을 일찍 확보한 하이퍼스케일러도 경쟁사가 기다리는 동안 고객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 전력 연결과 인허가를 확보한 부지, 변압기·개폐장치·발전기·냉각 장비 같은 납기가 긴 장비, 전력 생산업체와 현장 발전도 수요가 몰릴 수 있는 영역으로 꼽혔다. 변압기의 납기는 최대 26개월에 이른다.
반면 하이퍼스케일러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 한계에 매출이 묶이고, 용량이 가동되지 않아도 이미 약정한 자본 지출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용량의 가격 결정력이 이를 일부 상쇄하더라도 실적 성장은 계획보다 느려질 수 있다. AI 연구소와 스타트업, 기업 고객은 공급 배정과 가격 상승, 모델 학습 및 제품 출시 지연을 겪을 수 있으며 소규모 사업자가 먼저 밀려날 수 있다.
건설 중인 개발업체와 투자자는 현금흐름이 늦어지는 동안 이자와 보유 비용을 부담한다. 레버리지가 높거나 사전 임대에 의존하는 개발업체는 약정 위반이나 차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정시 공급을 전제로 가격이 형성된 AI 관련 주식은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축소에 노출된다. AI 투자에 기대는 단기 국내총생산 성장도 낮아질 수 있고, AI의 생산성 효과는 늦게 나타날 수 있다. 같은 전력망을 쓰는 가계와 기업은 전기요금 상승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업체의 경우 결과가 엇갈린다. 칩 수요는 강하게 유지되지만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준비가 늦어지면 칩 납품이 설치보다 앞서 매출 인식이 미뤄질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업체는 주로 시점 위험에,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은 채무불이행보다 신용 스프레드 위험에 노출된다는 분석이다.
슬로크는 지연 자체와 취소를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지연은 현금흐름을 뒤로 미뤄 수익률을 낮추지만 자산은 남으며 오히려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다. 더 큰 위험은 공급이 급격히 따라잡거나 수요가 약해져 희소성이 풀리고, 기존 용량에 붙은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경우다. 이 분석은 투자 권고가 아니라는 Apollo의 고지도 함께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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