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Organizing Intelligence 논문에 제시된 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AI의 능력 향상이 시장 구조와 고용, 임금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핀다. 핵심은 개별 AI의 실력만이 아니라 여러 에이전트가 조직 안에서 협력하는 능력이다.
최근 AI는 프로덕션 소프트웨어 작성, 분야 전문가를 앞서는 성과, 밀레니엄 난제 해결 등에서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고용과 생산성 통계에서 경제가 크게 달라진 모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 글은 그 이유를 AI를 개별 작업자의 성과로만 평가하는 데서 찾는다. 실제 경제는 조직이 노동을 나누고 서로 보완하며 경쟁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개인 단위 평가에서 모든 사람을 앞선 모델도 역할을 잘 나눈 인간 팀보다 성과가 낮을 수 있다. 조직은 이런 의미에서 초지능의 한 형태로 불리기도 했다.
일반적인 경제 모델도 AI를 노동자의 도구나 사람을 하나씩 대체하는 기계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컴퓨팅 비용을 내면 필요한 만큼 늘릴 수 있고, 사람 조직의 규모를 제한하는 관리 범위·의사소통 마찰·이해관계 불일치가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인간의 위계 조직에 속하지 않고 서로 직접 협력하게 되면 새로운 경제 투입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전제다.
개인의 능력과 조직의 협력
사람 100명을 대상으로 수학, 언어 추론, 과학, 패턴, 문화, 경제 등 여섯 분야의 퀴즈를 진행한 결과, 한 분야의 성적은 다른 분야의 성적을 잘 예측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평균적인 능력을 가진 복제본이 아니라 분야마다 강점과 약점이 다른 전문가에 가까웠다. 조직은 각자의 비교우위에 맞춰 역할을 나누고 서로의 빈틈을 메워 개인보다 폭넓은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글은 이를 ‘모자이크 지능’이라고 부른다. 참가자들을 특정 과제를 함께 풀도록 상호 보완적으로 짝지었을 때 무작위로 짝지은 경우보다 성과가 32% 높았다.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출시하는 일에는 코딩과 명료한 글쓰기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두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일하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조정자도 팀의 성과를 높인다. 단독 과제에서는 코딩과 글쓰기 모두 평균 수준인 조정자가 팀 안에서는 업무 인계의 마찰을 줄이고 조직이 초점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글은 이들이 흔히 관리자라고 불리며, 특정 업무를 잘해서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성과를 키워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AI의 능력도 고르지 않지만, 이 글은 여러 AI 모델의 약점이 서로 비슷한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모델을 복제해도 역량의 폭이 넓어지는 대신 처리 용량만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비교의 대상은 개별 모델과 개별 인간이 아니라 AI 조직과 인간 조직, 또는 둘이 섞인 조직이어야 한다. AI 역량의 불균형에 관한 연구로는 이 논문을 제시한다.
인간 노동의 공급은 제한돼 있지만 AI는 일정 수준의 능력에 도달하면 컴퓨팅 비용으로 복제할 수 있다. 이 글의 모델에서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는 업무에서 인간 임금이 컴퓨팅 비용과 연결된다. 조직의 규모에는 협력 능력도 영향을 준다. 로널드 코스가 기업의 본질에서 제기한 질문, 즉 기업 내부의 조직이 비용을 낮춘다면 왜 모든 생산이 하나의 대기업에서 이뤄지지 않는가에 대해 경제학은 인간의 조정 한계를 들어 설명해 왔다. 조직이 커지면 주의가 분산되고 인계 과정에서 맥락이 빠지며 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어긋날 수 있다. 암묵지를 말로 모두 전달할 수 없다는 폴라니의 역설과 업무 인계 때 맥락이 손실되는 문제도 이 한계와 관련된다. 야코프 마르샤크와 로이 래드너는 의사소통에서 정보가 사라지는 문제를 중심으로 팀 이론을 세웠다.
역사적으로 전신과 철도는 개별 노동자의 능력을 높이기보다 인계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였고, 생산 조직을 바꿨다. AI 에이전트는 높은 통신 대역폭을 바탕으로 전체 코드베이스나 중간 추론, 작업 맥락을 공유할 잠재력이 있다. 다만 현재 AI 시스템은 실제 협업에서 조정 능력이 좋지 않다. 이 글은 인간의 한계가 AI에도 적용되는지를 알아야 경제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협력 능력이 조직 규모를 바꾼다
이 글은 조직이 커질 때 노동자 1인당 산출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조직 규모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개인 역량은 일정 규모의 조직에서 산출 수준을 정하고, 협력 능력은 조직을 키울 때 산출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좌우한다.
- 협력이 기본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에이전트끼리 잘 협력하지 못해 개인 작업이 더 낫다.
- 협력이 어느 정도 가능해도 한계점을 넘지 못하면 작은 조직에서 업무 분담으로 생산성이 오르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조정이 어려워져 생산성이 정체되거나 낮아진다. 개인 역량이 높아지면 생산성 곡선의 수준은 올라가지만 조직의 최적 규모는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 협력이 ‘초협력’ 임계점을 넘으면 조직에 구성원이 추가될수록 구성원 한 명당 생산성도 높아진다. 이때 조직 규모는 시장의 크기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글의 모델에서 개인 역량의 향상은 가격과 임금, 인간과 AI의 구성 비율을 점진적으로 바꾸지만 조직의 규모와 산업 구조는 비교적 유지한다. 반면 협력이 임계점을 넘으면 시장 집중도와 고용, 임금이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
네 가지 AI 역량 구간
이 글은 개인 역량과 협력 능력을 별개의 축으로 놓고 네 가지 구간을 설정한다. 각 구간의 결과는 시장이 크고 표준화된 ‘대규모 확장 시장’, 수요가 제한적인 ‘틈새 시장’, 인간의 참여 자체가 가치의 일부인 의료·교육·서비스 등의 ‘관계 부문’에 따라 다르다. 관계 부문의 가치에 관한 논의로 이 글을 참고한다.
최소 AGI는 복제 가능한 AI가 여러 과제에서 인간 평균과 같거나 그보다 나은 구간이다. 대규모 시장에서는 상호 보완적인 인간 전문가 팀이 AI 기업보다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기업 규모나 고용 인원이 크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 대신 AI가 따라잡은 기술을 가진 노동자의 임금은 컴퓨팅 비용에 가까워지고, 전문가와 인간 조정자의 임금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컴퓨팅 비용으로 AI를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기업은 가격에 민감한 틈새 시장에 진입해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 모델에서는 고용 구조가 바뀌기 전에 임금이 먼저 영향을 받으므로, 고용률만으로 AI의 경제적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
초역량 AI는 협력 능력을 제외한 모든 역량에서 AI가 인간 전문가를 앞서는 구간이다. 이 경우에도 협력의 한계가 조직의 성장을 제약해 큰 구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은 더 생산적이 되지만 규모는 커지지 않고,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일상적인 전문가 업무의 임금은 낮아질 수 있지만, 복잡한 업무의 방향을 정하고 팀을 조율하는 인간은 여전히 필요하다. 사람의 비교우위가 판단과 조정, 효과적인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협력 AI는 개별 역량이 최소 AGI 수준에 머물더라도 AI의 협력이 초협력 임계점을 넘어선 구간이다. 글은 이때 조직에 에이전트를 더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져 경제가 급격히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 대규모 표준 시장에서는 협력 능력이 높은 AI 조직이 커져 소규모 기업을 앞설 수 있다. 개별 모델의 역량이 거의 같아도 임계점 양쪽의 경제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한쪽은 여러 기업으로 나뉘어 있지만 다른 쪽은 소수의 대형 AI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임금도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 다만 수요가 제한된 틈새 시장에서는 규모만으로 경쟁력을 얻기 어렵다. 틈새 시장과 관계 부문으로 노동자가 이동하면 그곳의 임금도 낮아질 수 있다.
인공 초지능(ASI)은 초역량과 초협력 임계점을 모두 넘은 구간이다. 대규모 시장의 생산은 대형 AI 기업에 집중되고, AI가 인간 전문가의 개별 업무 역량도 앞서면 소규모 틈새 시장에서도 인간 팀이 보호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노동이 사라질지는 관계 부문을 포함한 경제 전체를 봐야 한다. 농업과 제조업의 자동화는 해당 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고, 소비가 자동화되지 않은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가면서 그 부문의 가치와 고용을 키웠다. AI 자동화는 더 넓은 범위에 미칠 수 있지만, 가격이 낮아져 사회가 실질적으로 더 부유해지면 인간 참여가 희소한 가치를 만드는 분야로 지출과 고용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의료와 교육이 그 예다. 과거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직업이 생길 가능성도 글은 제시한다. 완전 자동화 산업에서 임금이 컴퓨팅 비용에 묶이는 문제는 파스쿠알 레스트레포의 분석을 언급한다. 경제 구조 변화에 관한 역사적 논의는 이 자료를 참고한다.
현재의 신호와 측정 과제
이 글은 지금까지의 변화가 비교적 완만한 이유를 AI의 개별 역량은 빠르게 높아졌지만 협력 능력은 뒤처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여러 에이전트를 병렬로 운영해 수학 문제를 푼 경험에 대해 오픈AI의 노암 브라운(Noam Brown)은 인터뷰에서 에이전트들이 생산적으로 협력하도록 하는 일이 어렵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무리가 노동을 나누기보다 각자 문제를 푸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글은 현재 노동시장에서 대량 실업이나 갑작스러운 AI 독점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낮은 직급의 조직 구조, 벤치마크 과제와 가까운 초급직 채용 둔화, 복잡한 업무를 이끄는 경력자에 대한 꾸준하거나 늘어나는 수요가 관찰된다고 서술한다. 다만 이런 전망은 글이 제시한 경제 모델과 해석에 따른 것이다.
경제적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려면 개별 에이전트 평가와 함께 여러 에이전트로 구성된 조직의 능력을 측정해야 한다. 낯선 문제를 중복 없이 나누는지, 업무 인계 때 맥락을 공유하는지, 장기간 협력하며 오류를 줄이는지를 평가할 벤치마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경제 통계도 임금 지출뿐 아니라 컴퓨팅 지출을 함께 추적해야 사람과 기계가 실제로 어떻게 협력하는지 볼 수 있다. 이 글은 기업 경계가 눈에 띄게 바뀌기 전부터 임금과 직무가 움직일 수 있으므로, 당분간 고용과 직무의 변화가 GDP나 산업 집중도보다 이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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