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서 여러 줄을 한꺼번에 보고 고칠 수 있는 초기 텍스트 편집기 가운데 하나인 EMACS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1976년 MIT 인공지능연구소에서 처음 실행된 뒤 여러 운영체제로 옮겨졌고,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과 GNU/Linux의 탄생에도 영향을 줬다.

EMACS의 뿌리는 댄 머피(Dan Murphy)가 1962년 MIT의 PDP-1용으로 만든 텍스트 편집기 TECO다. 사용자는 대문자 명령으로 글자를 삽입하거나 삭제했고, 이후 매크로를 작성하는 언어로 발전했다.

1971년 칼 미켈슨(Carl Mikkelsen)은 화면에 파일의 변경 사항을 바로 보여주는 TECO 추가 프로그램 Control-R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 번에 몇 줄만 표시할 수 있었다. 1976년 MIT 인공지능연구소 연구자 리처드 스톨먼(Richard M. Stallman)은 스탠퍼드에서 본 전체 화면 편집기 E에 영감을 받아 Control-R을 개선했다. 각 키를 누르면 자체 매크로가 실행되도록 해 프로그램을 더 쉽게 사용자화할 수 있게 했다.

연구소 구성원들이 명령을 제각각 바꾸면서 협업에 문제가 생기자 대학원생 가이 스틸 주니어(Guy Steele Jr.)는 공통 명령 체계를 제안했다. 데이비드 문(David Moon)과 스톨먼도 참여해 Meta 키를 이용하는 표준 명령을 만들었고, 이를 EMACS라고 불렀다. 스틸은 새 편집기를 만드는 것보다 구성원들이 함께 쓸 명령을 정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스톨먼은 자기 주소가 적힌 반송 봉투와 자기 테이프를 보내는 사람에게 EMACS를 배포했다. 1981년 설명서에는 사용자가 개선 사항을 되돌려 보내야 한다는 조건이 담겼다. 한편 버나드 그린버그(Bernard S. Greenberg)는 Honeywell에서 Multics용 버전을 만들었고, 회사는 이를 상용화했다. 카네기멜런대 출신 제임스 아서 고슬링(James Arthur Gosling)도 EMACS 버전을 만들어 상용 제품으로 판매했다.

무료 소프트웨어에서 유료 제품으로의 전환은 스톨먼이 사용자가 자유롭게 공유하고 개선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만들기 위해 GNU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프로젝트의 첫 주요 응용 프로그램은 GNU Emacs였다. GNU/Linux보다 먼저 개발된 GNU Emacs는 처음에는 Unix에서 실행됐으며, 이후 Linux를 비롯한 여러 운영체제에서 구동됐다.

애플은 2001년 Mac OS X 첫 출시 때 GNU Emacs를 포함했지만 2019년부터 제공을 중단했다. 다만 애플에는 대부분의 EMACS 명령을 지원하는 mg(Micro GNU Emacs)가 남아 있으며, 운영체제에도 일부 EMACS 키 명령 지원이 숨겨져 있다. 예를 들어 Control-Option-B는 커서를 한 단어 뒤로, Control-Option-F는 한 단어 앞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