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캡처 · ftm.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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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소 11개국 정부가 국방·정보·경찰·보건 등 분야에서 미국 기업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확인된 지출은 최소 14억 유로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공공 데이터와 핵심 기반시설이 팔란티어에 의존하는 상황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Follow the Money를 비롯한 18개국 언론인들은 팔란티어와 계약한 정부를 조사했다. 공개 자료와 정부 질의, 정보공개 청구 등을 활용했으며 조사 대상에는 유럽연합 회원국뿐 아니라 영국과 이스라엘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팔란티어는 유럽 14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최소 11개국의 중앙정부 기관과 거래했다. 이 가운데 8개국의 국방부나 군대가 고객이고, 5개국의 경찰도 소프트웨어를 쓴다.

조사팀은 각국 정부와 기관이 공개한 계약 금액을 합산해 유럽 당국이 팔란티어에 지급한 액수가 현재 환율 기준 최소 14억 유로라고 추산했다. 영국 정부가 약 9억9200만 파운드를 지출해 유럽에서 가장 큰 고객이다. 리투아니아는 계약 규모가 2031년까지 6700만 유로를 넘을 수 있으며, 독일의 지출은 4700만~8600만 유로다. 노르웨이 경찰·세관은 합계 5억5500만 크로네(약 5200만 유로), 덴마크 경찰은 2억1100만 크로네(약 2800만 유로)를 지급했다. 스페인 국방부는 1650만 유로, 이탈리아 국방부는 620만 유로를 썼다. 유럽연합 집행기관인 유로폴은 2012~2021년 400만 유로 이상, 유럽연합 항공안전청은 2017~2023년 470만 유로를 지급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관련 지출 공개를 거부해 실제 총액은 더 클 수 있다.

팔란티어의 제품은 여러 출처의 데이터를 연결해 검색·분석하고, 숨겨진 연관성을 드러내도록 설계됐다. 상업 부문의 업무 절차 관리에 쓰이는 Foundry와 법 집행·국방·정보 분야를 겨냥한 Gotham이 대표적이다. 미국 육군의 중앙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MAVEN Smart System은 2025년 3월 나토에도 도입됐다. 이 시스템은 위성·드론·카메라·센서 등의 데이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해 표적을 찾고 공격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표적을 무력화하는 과정에는 사람의 버튼 조작이 필요하다고 조사 기사는 설명했다.

영국은 국방부와 국민보건서비스(NHS), 핵 관련 기관, 금융 규제기관 등이 팔란티어와 계약했다. 네덜란드 국방부는 특수작전부대의 기밀 작전을 관리·수행·평가하는 데 Gotham과 Foundry를 쓰고, 나토 작전에서는 무기체계 간 연동을 위해 MAVEN을 활용한다. Follow the Money는 앞서 보안 조치에도 팔란티어 직원들이 네덜란드 국방부의 기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팔란티어의 활용은 치안·안보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세관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 소프트웨어를 쓰고, 노르웨이 세관은 2025년 만료 예정이던 계약을 2030년까지 연장했다. 폴란드 정부 부처는 2022~2025년 우크라이나 난민, 미성년자를 포함한 이들의 이동과 소재를 기록하는 데 팔란티어를 활용했다. 회사 측은 앞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재정착 지원에 자사 소프트웨어가 쓰였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국가는 계약을 거부하거나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내 정보기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고, 스페인 정부도 올해 말 만료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엘 파이스가 보도했다. 노르웨이 경찰도 2027년 만료되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지만, 현지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지 못해 소프트웨어 활용이 진척되지 않은 것이 이유로 전해졌다. 덴마크군은 미국의 위협과 팔란티어의 백악관 연계를 고려해 MAVEN 도입 논의를 중단하고 유럽 대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영국에서는 일부 경찰 조직이 팔란티어와 거리를 두고 NHS 대형 계약의 종료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퀸메리 런던대학교의 정치이론 교수 엘케 슈바르츠(Elke Schwarz)는 팔란티어 경영진이 미국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온 만큼 국가 안보 분야의 의존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이자 유럽 디지털 주권 사업 Eurostack을 이끄는 프란체스카 브리아(Francesca Bria)는 정부 핵심 시스템에 대한 의존은 되돌리기 어렵고, 계약의 불투명성은 데이터 통제권과 책임 소재에 관한 민주적 감독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팔란티어 대변인은 조사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은 채 기술 주권은 소프트웨어 제공자의 국적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의사결정, 임무를 누가 통제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2011년부터 유럽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 및 기관과 협력해 병원 수용력을 높이고 암 진단을 앞당기며 난민 재정착, 조직범죄 대응, 재난 대응 등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팔란티어는 앞선 답변에서 인권 침해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