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장이나 압력으로 돌린 고분자 내부의 극성 나선은 25주 뒤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전기장으로 뒤집은 영역의 유지율은 86%로 낮아졌다.
칭화대와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릴랙서 강유전체 고분자 박막에서 극성 나선을 관찰하고, 전기장과 기계적 압력으로 나선을 연속적으로 회전시키는 결과를 발표했다. 회전 상태는 비휘발성으로 유지됐고, 적외선 흡수로 읽을 수 있었다. 다중 상태 메모리나 광학 소자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이는 응용 제안이며 실제 소자 성능을 보인 결과는 아니다.
극성 나선은 어떤 구조인가?
극성 나선은 물질의 단위 부피당 전기 쌍극자 모멘트인 분극이 작은 영역 안에서 나선 형태로 달라지는 구조다. 방향이 조금씩 이어져 바뀌는 모습을 회전하는 바람개비에 빗대면 이해하기 쉽다. 이 연구에서는 크기가 대체로 1마이크로미터인 영역에서 분극이 안쪽으로 감기거나 바깥쪽으로 풀리는 나선 두 종류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비닐리덴플루오라이드와 트리플루오로에틸렌의 공중합체인 P(VDF-TrFE)를 사용했다. 트리플루오로에틸렌 비율을 늘려 사슬 배열의 불규칙성과 서로 나란하지 않은 쌍극자를 유도한 재료다. 이 재료에서 극성 나선이 생기는 이유로 나선형 고분자 사슬 사이의 비대칭 쿨롱 상호작용과 약한 방향성 차이를 제안했다.
나선은 어떻게 관찰하고 회전시켰나?
연구진은 용액을 기판에 회전 도포한 뒤 녹였다가 다시 결정화해 약 100나노미터 두께의 박막을 만들었다. 사용한 P(VDF-TrFE)는 50/50 몰 비율이었다. 박막은 5,000rpm으로 도포하고 진공 오븐에서 30°C로 1시간 말린 다음, 240°C에서 10분 열처리했다. 냉각 속도는 약 1°C/분이었다. 기판은 백금층을 올린 실리콘, 금층을 올린 석영, 또는 석영이었다.
평면 방향 압전 응답력 현미경(PFM)으로 나선 영역을 살폈다. 폭이 약 20나노미터인 굽은 줄무늬가 약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영역에서 말리고 굵어지며 동심원 모양을 이뤘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측정한 PFM 이미지를 정렬해 분극 지도를 만들고, 분극의 회전 정도를 나타내는 회전과 분극의 모임·퍼짐을 나타내는 발산을 계산했다. 그 결과 한 영역 안에서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의 회전, 분극이 모이는 곳과 퍼지는 곳이 나선 형태로 나타났다. 시료에서 시계 방향·반시계 방향 나선 모두 관찰됐으며, 두 박막의 나선 148개에서 시계 방향 대 반시계 방향 비율은 0.85였다.
전기적 조작은 전도성 탐침에 직류 전압을 걸어 시행했다. 약 −6V를 넘는 전압 크기, 즉 전기장 크기가 60MV/m를 넘으면 회전이 뚜렷해졌고, 전압을 제거해도 회전 상태가 남았다. 전압을 높일수록 회전각도 커졌다. 전압의 부호가 양수여도 회전 방향은 같았으며, 연구진은 전기장 제곱에 결합하는 전기변형 효과가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전압 크기가 약 20V를 넘으면 나선이 단일 분극 영역으로 바뀌었다.
탐침으로 누르는 기계적 조작에서는 약 8나노뉴턴을 넘는 힘, 계산상 압축 응력 214MPa 초과에서 나선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약 46나노뉴턴, 응력 383MPa 초과에서는 줄무늬 영역으로 변했다. 전기장으로는 회전각이 최대 130도에 이르렀고, 기계적 압력으로는 780도를 넘었다. 연구진은 전기적 회전 범위가 더 좁은 까닭으로 전기변형을 통한 간접 조작, 탐침 주변의 큰 국소 전기장, 압력에 따른 변형을 들었다. 회전 방향은 외부 자극의 방향과 무관하게 나선의 기존 회전 방향을 따랐고, 360도 회전시켜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도 있었다.
시료 전체에 코로나 방전으로 전하를 주입하거나 한 방향 압력을 가한 실험에서도 나선 벽이 안쪽으로 이동했다. 전기장이 약 500MV/m, 기계적 응력이 약 390MPa보다 낮을 때 나선 형태가 유지됐다. 더 큰 자극에서는 단일 분극 영역 또는 줄무늬 영역으로 바뀌었다. 개별 분극이 거의 같은 각도만큼 함께 회전해 나선을 돌린다는 점에서, 이 현상은 통상적인 강유전성 영역 전환과 다르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구조 분석과 시뮬레이션은 무엇을 뒷받침했나?
박막 구조 분석에서 회절 피크가 두 개로 갈라졌다. 연구진은 이를 평면형 사슬 배열과 3/1 나선형 사슬 배열이 공존한다는 근거로 해석했다. 적외선 스펙트럼에서는 평면형 배열에 해당하는 1,287 및 888cm⁻¹ 띠와 3/1 나선형 배열에 해당하는 508cm⁻¹ 띠를 관찰했다. 적외선 현미경에서는 나선 영역의 880cm⁻¹ 흡수가 주변보다 약했다. 연구진은 나선 영역에는 3/1 나선형 배열이, 주변 바탕에는 평면형 배열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
계산에서는 이웃한 3/1 나선형 고분자 사슬 두 개를 각기 회전시켜 에너지 변화를 비교했다. 가장 안정한 계산 상태와 국소적으로 안정한 상태 모두 두 사슬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지 않은 영역에 놓였다. 이를 근거로 사슬 사이의 비대칭 상호작용이 분극의 비평행 배열과 나선형 회전을 돕는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는 계산 결과와 실험 관찰을 바탕으로 한 형성 메커니즘 설명이다.
분극 에너지의 방향별 차이가 약한 조건을 둔 위상장 시뮬레이션은 실험과 비슷한 이중 나선 분극 무늬를 재현했다. 전기장에 따른 시간 변화 시뮬레이션에서는 처음 100시간 단계 안에 탄성 에너지가 줄고 란다우 에너지가 증가했으며, 이후 탄성 에너지가 회복되는 동안 전기 에너지와 분극 변화 에너지가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를 전기적 자극과 기계적 변형의 상호 전환이 분극을 움직여 나선을 회전시키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응력 시뮬레이션은 선형 탄성 범위만 다뤘으며, 적용 응력은 12.0MPa 이하로 설정했다.
나선 유지 실험에서는 회전 뒤 25주 동안 중심 영역 크기의 변화가 2% 이하였지만, 강제로 분극을 뒤집은 영역은 같은 기간 유지율이 86%로 떨어졌다. 광학 판독 실험에서는 평면 방향으로 편광한 1,400cm⁻¹ 적외선을 쏘아 흡수 무늬를 측정했다. 나선을 시계 방향으로 86도 돌리자 흡수 무늬도 이동했고, 이어 88도 더 돌렸을 때 다시 무늬가 함께 이동했다. 따라서 적외선 흡수 패턴을 이용해 회전 상태를 판독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결과를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나?
연구는 박막에서 나선을 관찰하고 탐침으로 국소 자극을 가한 실험에 기반한다. 메모리, 신경망형 소자, 공간광 변조기와 구조화된 빛 생성은 연구진이 제안한 응용 방향이지, 완성된 장치의 성능 검증은 아니다. 전기장 조작은 약 20V를 넘으면 나선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고, 압력 조작도 큰 힘에서 줄무늬 구조로 바뀐다.
재료와 실험 조건을 확인하려면 논문 원문과 보충 자료를 볼 수 있다. 원문은 실제 소자에서의 메모리 밀도·속도·내구성이나 응용 장치의 성능을 밝히지 않는다.
댓글 (0)
로그인하면 이 기사에 내 생각을 남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