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캡처 · emilkowal.ski
원문 캡처 · emilkowal.ski

우리는 마찰을 나쁜 것으로 여긴다. 일을 느리고 비효율적이며 번거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품은 마찰을 없앴다고 자랑하고, 마찰 없는 경험만을 만드는 회사도 있다. 대체로 그런 생각은 맞다.

하지만 마찰은 조용히 다른 역할도 해왔다. 무언가를 만들기 전에 생각하게 하는 역할이다.

AI가 등장하기 전에는 코드를 쓰는 데 비용이 들었다. 만드는 비용이 높다 보니 어떤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 가치가 있는지 더 엄격히 따지게 됐다. 노력 자체가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신중히 골라야 했다.

AI는 그 비용을 없앴다. 이제 아이디어를 몇 분 만에 앱으로 만들 수 있고,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도 크게 낮아졌다.

물론 적은 비용으로 만드는 일 자체가 사고의 한 방식일 수 있다. 아이디어만 따져보는 것보다 A와 B를 직접 만들어 비교하는 편이 더 나은 검증일 때가 많다. 프로토타이핑도 생각의 과정이다.

다만 아이디어를 실제로 검증할 때만 그렇다. 만드는 데 드는 노력이 거의 없고 더는 마찰이 없으니, A와 B를 모두 출시하는 일을 막을 것은 없다.

최근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앱과 UI 라이브러리가 쏟아지는 것을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찰이 생각을 강제하지 않으니, 그 뒤에 별다른 고민이 담기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결과물은 설계된 느낌을 주기보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원문 각주

마찰을 없애면 결과물만 남는다. 그 결과물은 의미도 질감도 없이 공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여전히 마찰이 필요하다. 마찰은 판단력을 쓰게 하고, 만들 가치가 없는 아이디어를 걸러낸다.

마찰은 버그가 아니라 기능이다.원문 각주

첫 번째 각주는 이 주제에 잘 맞는다고 본 스와미(Swami)의 게시물에서 가져왔다. 두 번째 각주와 이 짧은 글의 구상은 드라젠(Drazen)의 게시물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