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번역은 내부 문서나 상품 설명처럼 오류의 위험이 낮은 용도에서 비용을 줄이는 선택지가 됐다. 하지만 법률·의료 문서와 같이 번역 오류가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분야에서는 사람의 검토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지난 4월 Google Translate를 통해 한 달에 1조 단어가 번역된다고 밝혔다. DeepL, 마이크로소프트, Claude, ChatCGT, Gemini와 기업 맞춤형 번역 시스템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 AI 구독 서비스 밖에서 이뤄지는 기계 번역 직접 판매 시장은 지난해 14억 달러 규모로 추산됐다. 구글의 발표와 시장 추산 자료에 나온 수치다.
스위스 비영리단체 OKA(Open Knowledge Association)의 창립자 존 짐머먼(John Zimmerman)은 내부 문서나 상품 목록처럼 위험이 낮은 경우에는 AI 번역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류를 마지막 몇 퍼센트까지 줄이려고 비용을 100배로 늘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위키백과처럼 신뢰가 중요한 백과사전에서는 틀린 정보가 오래 남아 언론인이나 AI 시스템이 인용할 수 있어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OKA는 대부분 스페인어·포르투갈어·영어로 된 번역 글 1만 건 이상을 게시했다. 짐머먼은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문장마다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글을 번역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AI 번역문이 사람의 손질 없이도 자연스러운 경우가 늘면서 검토자를 생략하려는 유혹도 커졌다고 말했다.
법률 번역 전문가 아리엘라 발티에(Ariella Baltié)는 법원 문서를 영어에서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일을 한다. 최근 AI로 문서를 번역한 뒤 검토를 요청한 의뢰인의 자료에서, AI가 법률 용어인 ‘Le demandeur’를 ‘원고’가 아니라 ‘요청자’로 옮긴 사례를 발견했다. ‘Madame X, épouse Y’도 ‘X 씨가 Y와 결혼한다’는 식으로 번역해 의미를 바꿨다. 미국에서는 기계 번역된 망명 신청서의 오류가 구금자의 석방을 지연시킨 사례도 있었다.
의료 번역에서는 작은 표기 차이가 투약량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의료 번역 전문가 캐럴 버로이터(Carol Bereuter)는 AI가 그리스 문자 μ를 마이크로(100만분의 1)가 아닌 밀리(1000분의 1)로 번역한 사례를 들었다. 밀리그램을 투여하면 마이크로그램을 투여해야 할 때보다 용량이 1000배 많아진다. 버로이터는 AI 번역문이 유창하고 자연스러워질수록 오류를 알아차리기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자동 번역 연구 책임자 프랑수아 이봉(François Yvon)은 번역문에 서명하거나 의료 시술, 계약, 큰 규모의 구매 결정에 활용할 때는 평판과 실제 결정에 대한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문맥을 놓치면 ‘폴란드어로 번역하라’는 문장을 구두약과 관련된 말로 해석하거나, 축구 경기의 ‘코너킥을 얻다’를 잘못 옮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OKA가 위키미디어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진행한 연구는 기사 119건, 언어 쌍 10개, 번역 작업 1000시간 이상을 살폈다. 짐머먼에 따르면 게시 전 AI 생성 텍스트의 27%가 수정됐고, 수정의 4분의 3은 AI가 새로 만든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이었다. 오류의 5~6%는 원문의 의미를 바꿨다.
이봉은 번역 시스템이 여러 AI 도구를 함께 사용해 결과를 평가하고 고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한 도구가 번역하고 다른 도구가 비판한 뒤 세 번째 도구가 새 번역문을 만드는 방식이다. 다만 그는 시스템이 번역뿐 아니라 확신이 없는 경우를 사용자에게 알릴 수 있어야 진정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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