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노동자들이 미용, 재봉, 집안일 등을 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 영상은 실제 환경에서 움직이는 로봇을 훈련하는 데 쓰인다. 촬영 업체들은 노동자에게 일당이나 시간당 수입을 제공하지만, 영상이 일자리 자동화에 쓰일 가능성과 노동자 동의 문제도 제기된다.
벵갈루루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22세 모하메드 아심(Mohammed Ashim)은 하루 5~6시간 머리에 카메라를 달고 손동작을 촬영한다. 고객 얼굴은 흐리게 처리된다. 촬영·처리 업체 Rashdan Technologies의 공동 창업자 겸 CEO 샤힐 바이지(Shahil Baig)는 8~10시간 분량의 촬영에 5~10달러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고객사들이 손뿐 아니라 장면 전체를 담기 위해 머리 주변에 카메라 4~6대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업체는 더 높은 보수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로봇이 손가락과 팔다리를 어떻게 움직이고 물체에 어느 정도 힘을 줘야 하는지 학습하는 데 쓰인다. Humyn Labs의 창업자 마니시 아가르왈(Manish Agarwal)은 실제 사람의 활동을 담은 데이터가 기존 인터넷에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 새로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9만6,000명의 데이터 수집자를 두고 있으며, 영상 가운데 유용한 내용을 선별하고 라벨을 붙여 고객이 쓸 수 있는 형식으로 가공한다. 그는 미국의 공장이나 주택에서 쓸 로봇을 만들려면 해당 환경을 대변할 수 있는 곳에서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Rashdan Technologies는 촬영 동의를 얻고 노동자가 편안하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전달하는 데이터에서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을 식별할 정보를 제외하며, 신체나 주변 환경까지 찍히는 경우 얼굴을 흐리게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촬영 범위가 커질수록 동의를 얻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인정했다.
타타 사회과학연구소(TISS)의 경영·노동학부 선임 교수 비노 폴(Bino Paul)은 노동자들이 참여한 데이터가 장차 일자리 자동화에 쓰일 수 있지만, 그 결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하면 노동자가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의 AI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심처럼 일하던 작업을 촬영해 추가 수입을 얻는 사람도 있다. 벵갈루루의 섬유업 종사자 모하메드 아르만(Mohammed Arman)은 가족에게 보낼 돈이 필요해 카메라 착용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교사인 졸리 아리푸르(Jolly Arifur)는 집안일을 촬영해 시간당 2~3달러를 벌며, 하루 3~5시간 촬영을 가르치는 일과 병행한다.
아가르왈은 현재 인도가 주로 원본 영상을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업체가 촬영 계약을 놓고 경쟁하면 이 일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며, 영상 정리와 구조화, 검증을 거쳐 학습 데이터 기준을 세우는 단계까지 인도 기업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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