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북부 애시번에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주거지와 상업시설 가까이 들어서 있다. 파리스 마르크스(Paris Marx)는 데이터센터 내부를 둘러보고, 생성형 AI 붐으로 시설이 늘면서 지역 주민들이 겪는 전력·소음·환경 부담과 고용 효과를 살폈다.

마르크스가 2025년 방문한 버지니아주는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용량의 13%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2위인 베이징의 두 배다. 2025년 주 경계 안에는 데이터센터가 약 600곳 있었고, 그중 약 150곳은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더 흔해진 초대형 하이퍼스케일 시설이었다. 대부분은 애시번 주변에 모여 있어 ‘데이터센터 골목’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애시번에서는 주택가의 나무 너머로 시설이 보이고, 호숫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가 맞은편에 자리했다. 산업단지 곳곳에도 데이터센터가 있었고, 쇼핑 구역 뒤편에는 아마존 웹 서비스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시설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고압 송전선도 데이터센터를 따라 지역 곳곳에 늘어났다.

데이터센터는 규모와 운영 방식이 다양하다. 평범한 건물 안의 작은 공간부터 서버 수천 대를 갖춘 창고형 시설 여러 곳이 모인 단지까지 있으며, 해마다 더 커지는 추세다.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시설도 있고 여러 회사가 서버를 둘 공간을 임대하는 시설도 있다. 냉각 방식도 공랭식과 수냉식 등으로 다르다.

마르크스가 둘러본 Digital Realty 시설은 거대한 상자처럼 보였다. Digital Realty는 다른 기업에 시설 전체를 임대하는 한편, 직접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랙 공간을 빌려주는 코로케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방문 당시 건물 주변은 높은 검은색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고, 지붕의 냉각 시스템 소리가 인근 연못에서 들리는 새와 곤충 소리를 덮었다. 데이터센터는 청소와 보안, 운영에 필요한 직원이 많지 않다. 일자리는 주로 건설 과정에서 생기고, 공사가 끝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새 시설은 기존 건물을 개조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땅을 새로 정리해 짓는다. 마르크스가 본 건설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외벽이 소매점보다 높이 올라와 있었고, 지붕 구조물과 외장재를 설치한 뒤 케이블, 온도 조절 장치, 비상 전원 등을 갖춰 서버를 인터넷에 연결할 예정이었다.

지역 주민이 시설을 미리 알아차리기 어렵거나, 누가 사업을 추진하는지 알기 힘든 경우도 있다. 미시간주 로웰 차터 타운십 주민들은 2025년 데이터센터 계획을 알게 됐지만 운영 기업은 공개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계획위원회 회의에 몰려들어 반대하자 지방 당국은 사업을 보류했고, 그 뒤에야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업 주체임을 밝혔다. 이런 식으로 기술 기업이 유한책임회사 등 별도 법인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사업 참여를 숨기는 사례가 있다고 마르크스는 전했다. 구글은 오리건주 더 댈러스에서 ‘Design LLC’, 아마존은 인디애나주에서 ‘Razor5 LLC’, 메타는 오하이오주에서 ‘Sidecat LLC’, 위스콘신주에서 ‘Degas LLC’를 사용했다.

건설 단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1,000명 넘는 인력을 고용하기도 하며, 초대형 시설은 그보다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운영을 시작하면 일자리는 수십 명 수준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마르크스는 이들 일자리 상당수가 보안, 청소, 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라며, 일자리 하나당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를 수 있는 세금 감면과 지원을 정당화할 만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생성형 AI 경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전력 공급 가능 여부가 부지 선정의 핵심 조건이 됐다. 기업들은 전력 용량을 확보하거나 전력망에 연결되기까지 수년을 기다릴 수 없다.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시설을 서둘러 가동하려고 재산세 감면을 요구하지 않았다. 건설업체와 전력회사,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업체는 늘어난 사업과 수요의 혜택을 본다.

반면 인근 주민들은 공사 중 집에 전해지는 진동, 가동 이후 냉각 장치가 내는 지속적인 소음, 밤새 켜진 외부 조명 등을 겪는다. 일부 토지 소유자는 떠나기 위해 정부에 땅의 용도를 산업용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버지니아주 라우던 카운티의 도로변 현수막에는 고압 송전선이 집값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누가 비용을 치르는가? 라우던 주민들” “누가 이익을 얻는가? 데이터센터와 Dominion”이라고 적혀 있었다.

주민 반대는 시설이 지역사회에 가까워지고 실제 영향을 체감하면서 커졌다. 2026년 초 한파로 미국 여러 지역의 전력망에 부담이 생기자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들은 디젤 발전기로 전력을 전부 공급하도록 허가받았다. 피드먼트 환경위원회(Piedmont Environmental Council) 회장 크리스 밀러(Chris Miller)는 데이터센터에 소비를 줄이거나 AI 일부를 중단하도록 하는 대신, 디젤 연소로 인한 공중보건 위험을 주민에게 더 많이 떠넘기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마르크스가 2024년 처음 대화한 밀러와 2026년 초 다시 만났을 때, 밀러는 주민들의 인식이 “밤낮이 바뀐 것처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지역 데이터센터의 영향을 체감하는 한편, 시설의 물 사용량과 전력 수요에 관한 자료가 더 공개되고 버지니아주 같은 곳에서 전기요금 상승에 미친 영향에 대한 보도도 나오면서 자신들의 우려가 현실임을 확인하고 있었다.

마르크스가 방문한 데이터센터의 내부는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으스스한 공간이라기보다 실용적인 설비 공간에 가까웠다. 콘크리트 바닥이나 타일을 들어낼 수 있는 이중 바닥 위로 케이블이 이어지고, 형광등이 공간을 밝혔다. 다만 출입 보안은 엄격했다. 방문 전부터 경비원은 마르크스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겨야 했으며 사진 촬영은 금지됐다. 각 방의 문에는 디지털 잠금장치가 있어 안내를 맡은 임원이 차례로 문을 열어야 했다.

서버실에 들어서면 컴퓨터 장비가 내뿜는 따뜻한 공기와 서버, 팬이 만드는 금속성 소음이 느껴진다. 약 2.1미터 높이의 랙에는 길고 얇은 서버가 수십 대씩 들어간다. 데이터센터 크기에 따라 건물 안 서버 수는 수백 대에서 수십만 대에 이른다. 랙 뒤편에는 여러 색의 케이블이 연결돼 있다. 마르크스는 서버 대부분이 아시아의 공장에서 오며, 생산에 필요한 광물과 금속은 세계 각지의 광산에서 공급된다고 짚었다.

인터넷은 검색이나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때 무형의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센터와 그 시설을 뒷받침하는 공급망에 기대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부동산 투자 수단으로 구성하는 기업 구조는 인터넷 사업의 유인과 디지털 세계의 기반을 누가 구축하는지에도 영향을 준다고 마르크스는 지적했다.

파리스 마르크스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