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간 AI가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 제품 디자인팀의 과제도 바뀌고 있다. 앤스로픽의 제품 디자인팀은 코드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자체 도구를 만들며,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둔다.
2026년 5월 기준 앤스로픽에서 병합된 코드의 80% 이상은 Claude가 작성했다. 개발 주기가 몇 주에서 몇 시간으로 줄면 팀은 아이디어가 좋은지 합의하기도 전에 작동하는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 제품 개발의 중심 질문도 ‘어떻게 만들까’에서 ‘만들어야 할까’로 옮겨간다. 앤스로픽에서 제품 디자인을 이끄는 조엘 르웬스타인(Joel Lewenstein)과 디자이너 네이트 패럿(Nate Parrott), 메건 최(Meaghan Choi), 카일 터먼(Kyle Turman), UX 연구원 맷 갤리번(Matt Gallivan)이 이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개발 속도에 맞춰 디자인하는 법
과거 몇 주가 걸렸던 기능을 이제는 며칠, 때로는 몇 시간 만에 출시할 수 있다. 르웬스타인은 이를 ‘시간 척도의 압축’이라고 부른다. 엔지니어링 속도는 이전보다 대략 10배 빨라졌지만 디자인 속도는 3~5배 빨라지는 데 그쳤다는 설명이다. 엔지니어링팀이 48시간 만에 기능 전체를 만들 수 있다면, 일주일간 디자인을 탐색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어려워진다.
앤스로픽에서는 모든 디자이너가 입사 첫 주에 풀 리퀘스트를 올린다. 일부는 업무 대부분을 코드로 하고, 다른 디자이너는 시제품 제작이나 최종 다듬기에만 코드를 쓴다. 르웬스타인은 특정 작업 방식을 정해두기보다 디자이너가 최종 제품에 영향을 줄 만큼 가까이 참여하는지를 중시한다. 그는 코드가 원하는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도구이며, 소프트웨어에서 코드는 늘 다룰 재료였다고 설명한다.
작동하는 시제품을 만들면 정적인 디자인 파일에서 드러나지 않는 어색한 전환도 확인할 수 있다. 요소를 눌렀을 때 새로운 상태가 필요하다면 그 상태까지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르웬스타인은 “시제품에서는 허세를 부릴 수 없다”고 말했다.
Claude Code와 Cowork 디자인을 이끄는 최는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재사용 가능한 스킬을 만들었다. /fresh는 최신 코드를 동기화하고 새 브랜치를 시작하며, /preview는 프런트엔드를 로컬에서 실행해 변경 사항을 바로 확인하게 한다. Git이나 배포 단계에서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Claude에 해결을 요청하고,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면 해결 방법을 재사용 가능한 스킬로 만든다.
최는 올해 초 뉴욕의 Dive Club 행사에서 더 확장된 사례도 선보였다. 최의 /prototype 스킬 데모는 기능 아이디어를 대화형 HTML 시안으로 만든다. 보통 다섯 가지 변형을 생성하도록 요청한 뒤, Claude에 근거와 함께 가장 나은 안을 추천하게 하고 최종 선택은 직접 한다. 최는 시제품 제작을 넘어 실제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에 참여할 때 코딩의 힘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팀의 병목을 해결하는 자체 도구
앤스로픽의 보안·개인정보 보호 요건은 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일부 외부 소프트웨어를 제한한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작은 앱을 직접 만들어 내부에 배포하고 서로 공유한다. 앤스로픽의 첫 정규직 제품 디자이너인 터먼은 직원들이 자체 IDE를 적어도 30개 만들었다고 추산한다. 도구를 만든 사람은 동료에게 사용하거나 포크하거나 코드를 가져가 각자 버전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하곤 한다.
제품 전반에서 사용자가 느끼는 바를 더 일관되게 파악할 방법을 요청받은 UX 연구원 갤리번은 Claude를 이용해 주간 설문 시스템과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구축에는 약 일주일이 걸렸다. 갤리번은 과거라면 연구원 두세 명이 몇 달 동안 작업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2026년 초부터 사용자 연구원, 제품 디자이너, 제품 관리자, 엔지니어 역할을 함께 맡고 있으며, 기술직이 아닌 사람도 팀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부 도구가 주요 제품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Claude Code도 2024년 보리스 체르니(Boris Cherny)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2025년 가을, 네이트 패럿은 엔지니어 두 명과 함께 Claude Code의 VS Code 경험을 디자인하는 유일한 제품 디자이너였다. 엔지니어들이 Claude로 작업을 빠르게 하자, 패럿은 디자인 아이디어도 더 빠르게 탐색하는 방법을 실험했다. 앤스로픽의 전체 디자인 시스템을 HTML 생성 환경에 넣어 Figma에서 시안 세 개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대신 대화형 변형 열두 개를 나란히 생성하고, 잘 작동하는 안을 바탕으로 계속 갈라져 나갈 수 있게 했다.
동료들이 회의 발표에 이 도구를 쓰기 시작하자 앤스로픽은 시각적 탐색과 시제품 제작을 위한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전담팀을 꾸렸다. 그 결과물이 Claude Design이다. 패럿은 인터뷰에서 개발 과정을 더 자세히 이야기했다.
협업 방식과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
AI로 각자의 실행이 쉬워지면 팀원들이 프롬프트와 터미널 작업에 몰두해 동료와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앤스로픽은 협업 방식을 조정했다. 큰 그룹이 주 2회 모이던 디자인 리뷰를 작은 그룹으로 나눠 주 최대 4회 열고, 긴 기획 문서 대신 작동하는 코드 시제품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카일 터먼의 팀은 요구사항과 구조를 충분히 논의한 뒤 Claude와 구현하는 방식으로 일일 회의를 30분에서 90분으로 늘렸다.
캔버스 기반 디자인 도구와 달리 코드 기록만으로는 시각적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 디자이너는 프로젝트 상태를 기록하고 디자인 리뷰를 관리하며 여러 팀에서 반복되는 UX 주제를 드러내는 go/krit을 만들었다.
회의를 늘리는 것이 언제나 답은 아니다. 디자인에는 방해받지 않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Claude가 과거 사용자 조사 자료를 찾거나 몇 초 만에 여러 초기 레이아웃을 만들 수 있어도, 르웬스타인은 인간의 창의성에는 속도를 높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는 산책하고 머리를 쉬게 한 뒤 잠을 자며 생각을 연결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런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르웬스타인이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것은 개발자 작업 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친숙함이다. 모든 디자이너가 하루 종일 제품 코드를 작성할 필요는 없지만 GitHub, 브랜치, 풀 리퀘스트가 장애물이 되지 않을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이와 함께 업무 방식을 계속 바꾸려는 태도, 앞으로 소프트웨어와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관점, 큰 제품 방향을 정하는 일과 세부 구현을 오가는 제작자 정신을 중요하게 본다. 르웬스타인은 모델이 바뀌는 만큼 몇 달마다 도구와 작업 과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과정의 혼란과 불확실성이 하나의 초점으로 모이는 모습을 그린 데이미언 뉴먼(Damien Newman)의 The Squiggle을 르웬스타인은 자주 언급한다. AI는 아이디어와 시제품, 탐색할 방향을 늘려 그 과정의 앞부분을 빠르게 할 수 있지만, 결론을 좁히는 일을 없애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능성이 많아질수록 최종 초점을 정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르웬스타인은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많아도 휴대전화에는 앱 16개만 있고 하루에는 깨어 있는 시간이 18시간뿐이라며, 핵심은 만들 수 있는지가 아니라 만들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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