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에서 온 내가 일본 여행 중 겪은 열차 예약의 불편은, 철도회사별 조직 구조가 이용자 경험에까지 드러나는 사례다. 예약하려는 사람은 출발지와 목적지뿐 아니라 어떤 철도회사가 노선을 운영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일본에 도착해 처음 열차를 탔을 때부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관광의 시작이었다. 일본의 소프트웨어도 낯선 세계처럼 느껴졌다. Yahoo! Japan에 접속하면 90년대로 돌아간 듯하고, Rakuten에서는 정보가 빽빽한 상품 제안을 마주한다. 열차를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일본 철도는 공학적으로 뛰어나지만, 온라인 승차권 예약은 그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예약 화면의 여러 입력란과 체크박스를 이해하려고 ChatGPT를 이용하기도 했다. 안내에는 열차에 탈 때 기본 운임 승차권이나 Suica 같은 IC 카드에 더해 특급 승차권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온라인으로 열차표를 사는데 왜 운임을 따로 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일본의 JR 철도망은 JR 홋카이도, JR 동일본, JR 서일본, JR 도카이, JR 시코쿠, JR 규슈 등 여섯 지역 여객회사로 나뉜다. 회사마다 예약 플랫폼과 규칙이 다르고, 담당 구역은 서로 겹치기도 한다. 어떤 플랫폼을 써야 하는지 판단하는 몫은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JR 서일본 예약 화면은 예약 경로와 승차권 종류를 여러 갈래로 나눈다.
가장 답답했던 일은 온라인 예약을 확정한 뒤 역에서 승차권을 찾으려면 실물 신용카드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은 것이었다. 가상 신용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고 1인당 560엔의 수수료를 낸 뒤, 실물 카드로 다시 예약해야 했다.
그렇다고 일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단순히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새로움보다 익숙함을 중시하거나, 실수를 피하고 확실성을 선호하거나,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이고 변화를 꺼리는 문화적 선호가 차이를 설명할 수도 있다. 90년대처럼 보이는 Yahoo 화면도 “고장 나지 않았다면 고치지 말라”는 생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또 하나 눈에 띈 점은 기업 내부의 조직 방식이 그 기업이 만드는 소프트웨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를 콘웨이의 법칙(Conway’s Law)이라고 한다. 보통 시스템 구조가 이를 만드는 팀의 의사소통 구조를 닮는 현상을 설명할 때 쓰이지만, 그 영향은 백엔드에만 그치지 않는 듯하다.
열차 예약을 할 때 이용자가 알고 싶은 것은 A에서 B로 가는 표였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 구간을 어느 철도회사가 운영하는지부터 물었다. 회사의 조직 구조가 사용자 경험에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소프트웨어 구조가 조직의 영향을 받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만들고, 설계 결정에는 기술뿐 아니라 의사소통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쓰기 위해 이용자가 회사의 조직 구조까지 알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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