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는 자사 AI 모델이 컴퓨터과학의 핵심 가정인 지수 시간 가설(ETH)을 반박하는 알고리즘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결과가 확인되면 ETH를 전제로 한 계산 한계 연구를 다시 살펴야 하지만, 아직 독립 검증이 진행 중이다.

약 30년 전에 제안된 ETH는 특정 논리 퍼즐을 푸는 데 필요한 작업량이 퍼즐의 크기에 따라 지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본다. 오픈AI는 모델이 기존에 생각한 속도 한계를 넘어서는 알고리즘을 고안했다고 주장한다. 버겐대학교의 페도르 포민(Fedor Fomin)은 이를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라고 평가했고, 옥스퍼드대학교의 레슬리 골드버그(Leslie Goldberg)는 확인된다면 큰 돌파구라고 말했다.

컴퓨터과학의 여러 연구 결과는 ETH가 참이라는 전제에 기대고 있다. 따라서 가설이 틀린 것으로 확인되면 그 전제로 세운 계산 한계에 관한 결론을 재검토해야 한다. 다만 ETH를 반박해도 P 대 NP 문제의 답이 ‘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골드버그는 이번 결과가 P 대 NP 문제에 직접 영향을 주거나 그 해결의 진전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10월 26일 블로그 글에서 수학과 물리학의 다른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수학에서는 파동이 오랫동안 강하게 집중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1991년 추측을 AI가 증명했다고 밝혔다. 확인될 경우 도형의 선분 방향과 파동의 확산에 관한 오래된 질문에도 답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론물리학에서는 양자색역학을 포함한 양자장론이 실험 결과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학적으로 일관된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오픈AI가 주장했다. 이 작업은 백만 달러 상금이 걸린 수학 문제의 일부인 순수 양-밀스 이론의 존재 문제와도 관련되지만, 전체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이 결과는 노벨상 수상자 데이비드 그로스(David Gross)가 이끄는 외부 그룹의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오픈AI는 Lean을 이용해 ETH 결과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TU Wien의 슈테판 자이더(Stefan Szeider)는 공개된 자료를 살펴본 뒤 결과가 검토를 견딜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형식적으로 증명된 명제가 연구진의 설명과 실제로 같은 의미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픈AI는 ETH를 제안하는 데 기여한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러셀 임팔리아초(Russell Impagliazzo)와 라마모한 파투리(Ramamo-han Paturi) 등이 참여하는 독립 그룹에 검토를 의뢰했다. 그룹은 공개 서한에서 이번 결과가 이론 컴퓨터과학의 중요한 영역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학계 인사들은 AI가 수학 문제를 푸는 속도와 기업의 결과 공개 방식을 우려한다. 로열홀러웨이 런던대학교의 마그누스 발스트룀(Magnus Wahlström)은 이를 ‘언론 보도로 하는 수학’이라고 부르며, 독점 모델이 연구자들의 수개월간 작업을 갑자기 뒤집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오픈AI는 독립 학자들이 결과를 검증하고 설명하는 방식도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