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는 문서 샘플만 모은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줄어든다. 기술 작가를 비롯한 기술 커뮤니케이션 종사자는 결과물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한 과정과 자신의 관점, 글쓰기 밖에서 해낸 일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근 친구의 포트폴리오 개편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연히 샘플이 필요하다”는 식의 진부한 조언 대신, 지금 포트폴리오에 무엇을 담을지 생각해봤다. 완벽하게 다듬었지만 개성이 없는 글 샘플보다 투박하더라도 꾸준히 운영하는 블로그를 택하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충분한 조언이 되지 않는다.
AI 시대에는 전통적인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낮아졌다. 복잡해 보이는 결과물도 쉽게 만들고, 문서도 순식간에 생성할 수 있다. 지식 노동자와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분해주던 요소가 더는 차별점이 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작업물을 선별해 모으고, 무엇보다 자신의 직업적 모습을 드러내는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만들 가치가 있다. 다만 가지런히 편집한 문서 모음은 이제 한물간 방식이다. 지금은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
샘플 링크만 나열하면 부족하다. 결과물이 아무리 훌륭해 보여도 맥락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고, 어느 정도는 대규모 언어 모델로 재현할 수도 있다. 각 작업이 만들어진 배경과 판단의 갈등을 설명해야 한다. 제품팀에 의견을 전했는지, 문서 게시를 위해 새로운 UI 구성 요소를 만들었는지 등 문서가 완성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판단력과 취향, 복잡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을 보여줄 수 있다. 수보다 품질에 집중해야 한다.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도 보여줘야 한다. 공개한 문서 목록만으로는 기술이나 까다로운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방식을 알기 어렵다. 채용하는 쪽은 다음 업무에도 새로운 문제가 생길 것을 안다. 따라서 해결한 문제뿐 아니라 계획대로 되지 않은 프로젝트도 설명할 만하다. 실패한 경험은 잘 다듬은 결과물 여러 개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반복해서 드러나는 관심사가 있다면 이름을 붙이거나, 《펄프 픽션》의 윈스턴 울프처럼 자신만의 직함을 만들어도 된다.
AI가 만든 문장보다 문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각자의 경험을 거치며 의견과 취향을 발전시킨다. 지금은 기술 글쓰기에 관해 블로그를 쓰고, 탐구 과정을 기록하고 성공을 축하하며 실패를 분석하기에 좋은 때다. 블로그가 맞지 않는다면 소셜 미디어나 밋업에서 대화에 참여하거나 포트폴리오에 자신의 입장을 담을 수 있다. 채용하는 입장이라면 문법이 흠잡을 데 없는지보다 뚜렷한 의견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는 사람다움과 직업적 태도를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디자인의 최종 결정을 대규모 언어 모델에 맡기지 않는 편이 좋다. AI가 만든 웹사이트는 잘 다듬어져 보여도 진부할 수 있다. 특히 AI가 만든 사이트에서 흔히 비슷한 글꼴을 사용한다는 지적이 있다(관련 사례). 면접 전에 입을 옷을 AI에게 고르게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의 성격과 핵심 메시지에 맞는 글꼴이나 글꼴 모음을 직접 고르는 게 좋다. AI가 추천한 글꼴을 마음에 들어 계속 쓰더라도, 선택은 스스로 해야 한다. 색상, UX 문구, 레이아웃도 마찬가지다. 먼저 방향을 정하면 AI가 작업을 실행하도록 도울 수 있지만, 결정까지 대신해주는 자동 조종 장치는 없다.
포트폴리오를 글쓰기만으로 한정하지 말고 더 넓은 의미의 업무를 보여줘야 한다. 글을 쓰는 일은 늘 상대적으로 값싼 부분이었다(문서화의 실제 비용). 기술 작가는 빠른 타자 실력을 갖춘 전통적인 문서 작성자에 머무르기보다 기술과 커뮤니케이션이 만나는 지점에서 복잡한 지식 노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기술 글쓰기는 기술 분야 작가의 여러 역할 중 하나일 뿐이며, 문서 엔지니어, UX 작가, 콘텐츠 전략가, DevRel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은 이전 글에서도 다뤘다.
콘텐츠 이전을 자동화한 스크립트, 도입한 린터 규칙, 동료의 지루한 검토 업무를 줄인 에이전트 워크플로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다. 이런 일은 글쓰기 자체는 아니지만 모두 기술 커뮤니케이션에 해당한다. 이를 본 사람은 단순한 타이피스트가 아니라 문제에 따라 제품, 엔지니어링, 지식 설계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 역할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보여주는 셈이다(미래의 문서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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