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제재를 받은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와 이탈리아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미국 기술·금융망에서 차단됐다. 제재가 미국 밖의 개인과 조직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면서, 유럽 일부 국가는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캐나다 판사 킴벌리 프로스트(Kimberly Prost)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일하며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집단학살을 조사·기소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프로스트가 과거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내 학대 의혹을 조사한 일을 이유로 그를 미국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후 아마존 계정이 정지되고 신용카드와 마이크로소프트 호스팅 이메일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비롯해 ICC 관계자 12명 넘게 제재했다.
미국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시민과 기업은 해당 개인이나 조직과 거래할 수 없다. ICC 판사와 검사들은 미국에서 물리적·디지털·금융 서비스 이용이 막혔으며, 미국에 입국하려 해도 즉시 거부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기술 산업의 상당 부분과 많은 결제가 미국을 거치는 만큼, 미국에서 차단되면 다른 지역의 서비스 이용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 Autistici/Inventati가 제재 대상이 됐다. 이 업체는 활동가와 사회운동 단체, 좌파 성향 이용자에게 웹 호스팅과 이메일 등을 제공해 왔다. 미국 국무부는 반파시스트 운동 ‘안티파’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 업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며칠 사이 기부금이 동결되고 .org 도메인이 회수됐으며, 이탈리아 은행도 계좌를 동결했다. 은행은 제재에 따르지 않으면 은행 자체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정치적 이유에 따른 제재를 협박에 비유해 비판했다.
Autistici/Inventati는 9월 6일 폐쇄를 발표했다. 25년간 운영되던 서비스가 사라지면서 수천 개의 웹사이트와 블로그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가 내려갔다. 경찰의 압수수색이나 체포, 법원 명령이 아니라 일방적인 행정 결정으로 업체가 사실상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는 설명이다. 미국 당국은 네덜란드에 있는 업체 서버에 접근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고, 네덜란드는 자료를 넘길 경우 자국의 데이터 호스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어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제재가 미국 밖의 비판자와 정치적 반대자를 겨냥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같은 조치를 취하면 수정헌법 제1조를 크게 침해할 수 있지만, 해외 조직이 미국의 경제·기술망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제재는 가능하다는 게 기사에서 제기하는 쟁점이다. 다음 대상이나 제재 이유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도 지적된다.
캐나다와 일본, 유럽 지도자들은 이달 미국이 ICC에 새 제재를 부과하자 이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내고 ICC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민감한 정보를 미국의 영향권 밖에 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는 윈도와 오피스를 대체할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줌 같은 미국 기술을 국내 대안으로 바꿨다. 독일 일부 지역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소프트웨어 대신 오픈소스 대안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유럽에 기반을 둔 파일 공유·송금·이메일·내비게이션 서비스와 개발자 플랫폼, AI 모델을 살펴보거나 직접 호스팅하는 선택지가 소개됐다. 다만 직접 사진과 영화를 보관하는 것보다 자체 이메일 서버를 운영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관련 자료: 미국 국무부의 프로스트 제재 발표, ICC 관계자 제재 보도, 킴벌리 프로스트의 경험, Autistici/Inventati 제재 발표, 이탈리아 은행의 입장, 네덜란드 서버 관련 보도, 미국 제재에 대한 캐나다·일본·유럽 지도자들의 서한, 유럽의 미국 기술 대안 안내, 미국 기술에서 벗어나는 방법, 유럽에서 호스팅되는 대안 서비스, 유럽 대안 서비스 목록, EuroAlternative 서비스 목록, 유럽 기술 대안에 관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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