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를 쓰기는 쉬워졌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제품을 출시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코딩 속도가 빨라져도 제품 가치가 더 빨리 전달되지 않는 이유와, 대신 관리해야 할 것

2026년 10월 4일 · 6분 읽기

엔지니어링 팀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더 빠르게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창업자든 제품 책임자든 엔지니어링 책임자든 마찬가지다.

AI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바꾸면서 이 과제는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역설적인 상황이다. 과거에는 며칠 걸렸을 작업을 몇 분 만에 처리하는 도구가 생겼다. 코딩과 프로토타입 제작을 비롯해 거의 모든 일이 빨라졌다.

그렇다고 속도 향상이 가치 전달의 속도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속도가 빨라지면 의도치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품질이 떨어지고 문제가 늘어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면서 정렬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 에이전트를 계속 돌리느라 피상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프로세스가 바뀔 때마다 병목은 이동한다. 병목이 어디로 옮겨갔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노력이 낭비되기 쉽다.

AI 이전의 사례지만, 과거 한 직장에서 엔지니어 10명으로 이뤄진 작은 스타트업 팀을 이끈 적이 있다. 제품은 시장에서 점점 앞서 나가고 있었고, 팀에는 매우 빠르게 결과를 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팀원이라면 누구나 그 속도에 대가가 따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엔지니어들은 일을 더 빨리 끝낼 방법을 끊임없이 찾았고, 의도치 않게라도 어느 단계에서는 지름길을 택하곤 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그런 문제를 보지 못했다. 경영진의 관점에서는 가치가 계속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을 분명히 알릴 기회는 대형 기능 출시 계획을 세우면서 찾아왔다. 회사는 매우 촉박한 일정인 4주 안에 기능을 출시하길 원했다. 그 결과는 아래 이미지에 나타난 상황으로 이어졌다.

매주 발생한 버그 수와 진행 중인 작업 수를 측정했다. 1~4주 차의 출시 강행 기간에는 기능을 ‘성공적으로’ 출시했지만, 그 뒤 2주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버그 수정에 써야 했다. 압박은 출시를 앞당기지 못했다. 오히려 고객 경험을 악화했다.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기능을 전달하는 가치 흐름은 코드 출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고객의 필요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구상하고, 다른 해결책과 비교해 우선순위를 정한 뒤, 의도치 않은 변경이나 버그, 시스템 다른 부분의 동작 변화를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거쳐 실행해야 한다. 각 단계에는 이전 단계를 확인하는 피드백 과정도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 조사 인터뷰는 제품을 만들기 전에 설계를 검증하고, 코드 리뷰는 배포 전에 코드의 정확성을 확인한다.

하지만 실제로 가치 흐름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사람마다 유인과 의견이 다르다. 제품이 성장하면 복잡성도 커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현실의 기업은 한 번에 하나의 기능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여러 아이디어와 변경 사항이 동시에 진행된다.

AI가 모든 작업의 속도를 높여도 전체 과정이 반드시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느려지는 경우도 많다. 여러 팀에서 이런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코드 변경이나 프로토타입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나오지만, 고객이 새 기능을 사용해 가치를 얻는 최종 결과는 그만큼 빨라지지 않는다.

다음 단계로 AI나 토큰을 더 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져 프로토타입이 더 많이 나온다면 평가나 A/B 테스트로 더 나은 안을 고르면 된다. 코드 변경이 빨라져 버그가 더 생긴다면 에이전트가 버그가 생기는 즉시 수정하게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전체적으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그를 하나 고칠 때마다 코드가 또 바뀌고, 그 변경이 다른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생긴다. 전체적으로 변화와 선택지가 늘면 시스템은 복잡해진다. 그 복잡성은 언젠가 비용으로 돌아온다. 제품의 선택지와 잦은 변화에 지친 고객이 그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스템 한 부분의 속도를 높이면 나머지 부분이 감당하지 못해 피드백 과정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코드 리뷰에서 일부 팀이 겪는 문제가 그렇다. 검토자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요청을 받아 자세히 살피지 않고 승인한다. 서류상으로는 리뷰가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잡아내지 못한다.

모든 것이 변하는 상황에서 나아갈 방향은 가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파악하고, 한 번에 하나의 병목을 해결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도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최고경영자에게 데이터를 보여주며, 출시를 재촉해도 속도 이점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뒤에 문제를 수정하느라 시간을 쓰기 때문이었다. 속도뿐 아니라 문제를 겪는 고객의 경험도 나빠졌고, 이는 실제 사업 성과에 영향을 줬다. 대화 이후 주간 경영진 회의에서 같은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살펴 품질이 희생되지 않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팀에는 더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가 자리 잡았고, 회사와 고객에게도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팀의 상황을 개선하려면 세 가지 원칙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첫째, 팀의 목표를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고객 가치에 맞춰 정의한다. 실제로는 프로젝트를 사업 성과를 기준으로 정해 팀이 회사의 목표와 같은 방향을 보게 해야 한다. 사용자 스토리를 통해 개별 작업도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정의하면, 풀 리퀘스트 수가 아니라 결과가 목표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둘째, 팀의 업무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파악하고 관리한다. 목표를 정한 다음에는 그 목표를 기준으로 팀의 실행을 관리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각 변경 사항이나 기능이 프로덕션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살펴보고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획에 개발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면, 코딩 에이전트를 더 돌리는 대신 계획을 빠르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목표는 각자 맡은 역할에서 모두를 바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고객 가치로 이어지는 주기를 기능마다 줄이는 것이다.

셋째, 개인 생산성이 아니라 팀 생산성을 생각한다. 앞의 원칙과 연결되지만, 잘못된 인센티브가 판단을 흐리는 경우가 많아 따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엔지니어가 에이전트 100개를 동시에 돌릴 수 있어도, 그 결과 다음 단계의 다른 사람에게 일이 100배 늘어나고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의미가 없다. 제품과 디자인 결정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목표는 개인이 각자 최대한 빠르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가능한 한 빠르게 결과를 내는 것이다.

이 원칙을 따르면 팀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게 된다. 그러면 그 안에서 실험할 수 있다. 코드 리뷰를 생략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답은 팀의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목표로 삼은 결과가 분명하다면, 이를 기준으로 판단해 근거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