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빛이 회로를 작동시키자 제록스 연구진이 만든 칩이 수천 조각으로 깨졌다. 조각은 그 뒤에도 수십 초 동안 더 잘게 부서졌다.
제록스의 연구소 PARC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소멸형 프로그래밍 자원(VAPR) 프로그램 아래 이 칩을 개발해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Wait, What?’ 행사에서 시연했다. 명령에 따라 전자기기를 물리적으로 없애는 기술로, 암호화 키 저장이나 원격 환경 센서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칩은 어떻게 부서지나?
이 기술은 DUST(응력 해제 작동에 따른 분해)라고 불린다. 유리 기판에 응력을 미리 가해 두었다가 작동 신호를 받으면 깨지게 하는 방식이다. 팽팽하게 당긴 스프링에 빗대면 이해하기 쉽다. 열로 가열해 기판의 응력을 풀어 주면 유리가 부서지고, 조각에 남은 응력 때문에 파편은 계속 더 잘게 나뉜다.
PARC의 수석 과학자 그레고리 휘팅(Gregory Whiting)은 회로를 켜면 작은 저항기가 열을 내 유리를 깨뜨린다고 설명했다. 시연에서는 광다이오드가 밝은 빛을 감지해 회로를 작동시켰고, 빛은 레이저로 비췄다. 작동 신호는 기계식 스위치나 무선 신호로도 구성할 수 있다고 보도됐다.
어디에 쓸 수 있나?
칩은 암호화 키 같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쓸 수 있다. 파편을 재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게 부수면 기기를 회수하지 못했을 때의 정보 노출이나 기술 유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는 활용 가능성으로 제시된 설명이다.
군사 분야 외에도 상업·과학 분야의 활용이 언급됐다. PARC는 바다 밑처럼 넓은 지역에 센서를 배치해 지각의 진동이나 날씨를 관측한 뒤, 센서를 환경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분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014년 발표에서는 허리케인 예측과 지진 전 진동 관측을 예로 들었다. 당시 PARC의 프로젝트 참여자 숀 가너(Sean Garner)는 해저에 많은 센서를 설치하고 관측 뒤 모래처럼 분해하는 구상을 설명했다.
IDG 뉴스 서비스의 시연 보도에서 휘팅은 빠르게 작동하면서 상용 전자제품과 호환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PCWorld의 보도도 회로가 켜진 뒤 유리가 수천 조각으로 깨지고 파편이 수십 초 동안 더 부서졌다고 전했다. Popular Mechanics의 관련 글은 내부에 작동 장치가 있다면 누군가 이를 작동시켜 보안 시스템을 시험하거나 훼손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써 보려는 조직은 작동 신호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지, 실제 기기에 적용할 때 칩이 의도치 않게 작동하지 않도록 어떻게 설계할지 확인해야 한다. 원문은 칩의 구체적인 성능 측정값이나 상용화 시점, 가격을 밝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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